Page 26 - 고경 - 2020년 9월호 Vol. 8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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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제라 함은 이와 반대로 약하고 가난한 상대를 불쌍한 생각으로 돕게
되는 바, 이는 상대의 인격에 대한 큰 모욕이니 불교에서는 구제란 있을 수
없습니다. 어디를 가나 배고픈 부처님, 옷 없는 부처님, 병든 부처님 등이
많이 있습니다. 이들 무수한 부처님들을 효자가 부모 모시듯이, 신도가 부
처님 받드는 성심으로 섬기며 돕는 것이 불교의 가르침이니 ‘봉사’가 있을
뿐 구제는 없습니다.
“사자는 여우 소리를 내지 않도다. 獅子不作野干鳴.” 14)
8. 한국불교는 1980년대에 무엇을 해야 합니까?
불교에는 만고에 일관된 진리가 있을 뿐, 시대적이거나 지역적인 것은 있
을 수 없습니다. 하시하처何時何處를 막론하고 불교의 근본정신에 입각하
여 만사를 행할 따름입니다.
그러므로 어느 때, 어느 곳에서나 일체 생명 즉 중생이 ‘본래시불’의 기
치를 높이 들고 생명의 절대를 널리 전하며, 모든 사심을 떠나 아무것도 구
하는 것 없이 일체중생불에게 신명을 다해 봉사하는 것뿐입니다.
“천 겁을 지나도 과거 아니요, 歷千劫而不古,
만세에 걸쳐 항상 지금이로다. 亘萬世而長今.” 15)
14) “獅子不作野干鳴”라는 표현의 출처는 없다. 다만 『도솔구경집兜率龜鏡集』이라는 문헌(X88, p.67b)에 “吾
止願爲師子吼, 不作野干鳴也.”이라는 표현이 등장한다.
15) 『천지팔양신주경주』, 『한국불교전서』10, p.809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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