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27 - 고경 - 2020년 9월호 Vol. 8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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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 수행자들에게 주고 싶은 스님의 말씀은 무엇입니까?
이 지구가 광대하지만 무변한 허공의 먼 곳에서 바라보면 찾아볼 수도
없는 아주 작은 물체입니다. 허공이 그렇게도 광활하지만 진여법계에 비하
면 대해大海의 일적一滴에 불과하므로 “공생대각중空生大覺中은 여해일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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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如海一漚發” , 즉 허공이 대각大覺 속에서 생기生起함은 대해의 물거품이
하나 일어남과 같다고 하였습니다.
일체 생명의 본체인 진여법성眞如法性의 공용功用은 불가설불가설不可說不
可說이어서 미진제불微塵諸佛이 일시에 출현하여 미래겁이 다하도록 언설하
여도 법성공용의 일호一毫도 설하지 못합니다. 이렇게 불가사의한 무가진
보無價珍寶를 일체 생명이 구유具有하고 있으니, 허망한 몽환 속의 구구한 명
예와 이양利養은 일체 버리고 이 무진장의 보고를 활짝 열어서 일체를 이익
되게 해야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탐타일립미貪他一粒米하여 실각만겁량失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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萬劫糧” 이라, 즉 한 톨의 쌀알을 탐하여 만겁의 양식을 잃어버리게 됩니다.
순치황제는 중국 역사상 최대의 제국을 창건한 영웅입니다만 발심출가
할 때에, 자기는 본시 서방의 걸식하며 수도하는 일개 납자였는데 어찌하
여 만승 천자로 타락하였는고, 탄식하였습니다. 만승 천자의 부귀영화를
가장 큰 타락으로 보고 보위를 헌신짝같이 차버리는 용단이야말로 수도
인修道人의 참다운 심정입니다. 그러하니 우리 수행자들은 오직 대각大覺을
성취하기 위하여 일체를 희생합시다. 달 밝은 깊은 산에 소쩍새 울음 운다.
│1982년 음 6월30일, 방장 대중법어│
16) 『대불정여래밀인수증요의제보살만행수릉엄경』, T19, p.130a.
17) 『선림보훈순주』 (X64, p.583b)에는 ‘萬年’이라고 되어 있으나 성철 스님은 이를 ‘萬劫’으로 표기하여 의
미를 더욱 강조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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