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43 - 고경 - 2020년 9월호 Vol. 8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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므로 제7식을 따로 논의하지 않아
                                             도 수행하는 데는 관계가 없으므로
                                             현수법장의 견해를 채택했다.




            【강설】 모든 중생이 불성을 가지고 있음에도 번뇌 망상에 가려 불성을 보
            지 못한다 하였으니, 이제 그 번뇌 망상에 대해 알아볼 차례이다. 번뇌 망
            상의 종류와 속성을 일일이 거론하자면 팔만대장경이 필요하다. 따라서 여

            기선 그 골수를 추려 『기신론』에서 설한 3세와 6추로 요약하였다. 3세 6추

            를 8식에 배대하는 문제에 있어선 논사들 간에 약간의 견해 차이가 있다.
            『기신론』을 주석한 여러 주석가 중 원효 스님과 현수 스님을 최고로 치는
            데, 3세를 아뢰야식에 배대한 점에서는 두 분의 견해가 일치한다. 하지만

                                              2)
            6추에 대해 원효 스님은 6추의 지상智相 을 제7식에 배대하고 나머지 5상
            (상속상相續相·집취상執取相·계명자상計名字相·기업상起業相·업계고상業繫苦相)을
            의식에 배대한 반면, 현수 스님은 제7식을 따로 거론하지 않고 6추를 모두
            의식에 배대하였다. 왜 원효 스님과 현수 스님의 견해가 다를까? 현수 스

            님이 혹 거론해야 할 제7식을 실수로 빠트린 것은 아닌가? 그렇지 않다. 종

            사로 추앙받는 이들은 한마디 말이라도 함부로 하는 법이 없다. 근본에서
            바로 볼 때 제7식은 자체가 없는 것이므로 현수 스님이 제7식을 거론하지
            않았던 것이다. 유식설을 다루는 학파가 법상종法相宗인데 법상종은 『해심

            밀경解深密經』을 근본경전으로 하고 있다. 그런데 아무리 살펴봐도 그 『해

            심밀경』에는 제7식을 거론한 부분이 없다는 것이다. 그래서 많은 학자들
            역시 제7식에 대한 이론이 후대에 성립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현수 스
            님이 근거도 없이 제7식을 거론하지 않은 게 아니다. 원효 스님 또한 『성유

            식론成唯識論』을 근간으로 한 법상유식학의 영향을 받아 능변식能變識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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