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08 - 고경 - 2020년 10월호 Vol. 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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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pekṣa)’라고만 표기되어 있다. 번뇌를 내려놓거나 버리면 자연히 마음은
고요하고 평온해진다. 여기서 행사는 ‘버리다’는 의미에서 확장되어 ‘평정
심’ 또는 ‘평온’ 등의 의미를 내포하게 되고, 종국적으로 ‘마음을 고요하게
유지하는 상태’를 의미하게 된다. 따라서 행사는 마음이 언제나 고요한 상
태인 ‘적정寂靜’, 마음을 항상 고요히 유지하는 ‘정주靜住’, 마음이 늘 고요
한 상태에 머물러 있는 ‘적정이주寂靜而住’ 등으로 풀이된다.
그러나 행사는 어떤 실체적 심소가 있어서 마음을 고요히 가라앉히는
것은 아니다. 『성유식론』에 따르면 행사에 대해 “별도의 실체는 없다[無別
體].”고 했다. 즉 마음을 고요히 하는 행사라는 별도의 심소나 기능이 따로
있는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그렇다면 어떻게 행사가 마음을 평정하게 하
고 고요히 할 수 있을까? 『성유식론』의 설명을 따르면 행사의 특성과 역할
은 다음과 같이 크게 두 가지로 요약할 수 있다.
첫째, 행사는 네 가지 선심소를 활용하여 마음을 고요히 머물게 한다. 즉
마음을 평화롭게 하는 행사의 본질은 정진精進, 무탐無貪, 무진無瞋, 무치無
癡라는 4가지 선심소이다. 이들 네 심소를 통섭하여 마음을 고요하고 평화
롭게 하는 것이 행사인 셈이다. 다시 말해 탐·진·치 삼독심을 잘 다스리고,
그런 다스림을 게을리 하지 않고 꾸준히 정진해 나갈 때 마음에서 번뇌가 사
라지고, 평화롭고 고요한 마음을 얻을 수 있다. 따라서 이들 네 가지 법을 떠
나서 행사라는 심소의 실체가 있거나 작용이 있는 것은 아님을 알 수 있다.
둘째, 행사는 도거를 다스려 “마음을 고요히 머물게 하는 것을 업으로
삼는다[靜住為業].” 번뇌의 대상에 자극받아 들뜬 마음을 차분하게 다스리는
것이 행사의 핵심적 작용[業]이라는 것이다. 따라서 행사는 대상에 대한
선善과 불선不善 등의 갖가지 생각을 모두 ‘버림’ 또는 ‘내려놓음’을 통해 “도
거 등의 장애를 멀리 여의고[遠離掉舉等障] 마음을 고요히 머물게 하는 것[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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