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10 - 고경 - 2020년 10월호 Vol. 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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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단계는 무공용주無功用住를 얻은 상태를 말한다. 무공용無功用이란
           힘써 노력하는 등 공용功用을 들이지 않는다는 뜻이다. 다시 말해 번뇌의
           대상을 향해 자기 의도대로 하려고 애를 쓰거나 무엇을 얻으려고 발버둥

           치지 않음으로 마음이 항상 고요하고[寂靜], 고요함에 안주[靜住]하게 된다.

           『대승오온론』에는 ‘무공용주’를 ‘심무발오성心無發悟性’이라고 표현했는데 의
           미가 좀 더 명확하게 드러난다. 즉 마음이 ‘경계의 자극을 받아도 나쁜 감
           정이 일어나지 않는 성품’을 말한다. 이 보다 더 구체적인 표현이 『현양선교

           론』에 등장하는 ‘심무발동心無發動’이다. 즉 ‘마음이 번뇌의 대상을 만나도

           동요가 없다’는 뜻이다.
             이상의 세 단계 중에서 마지막 단계인 심무발동의 경지에 이르러야 비

           로소 마음이 번뇌의 대상에 오염되지 않고 고요히 머무는 ‘불염오주不染污
           住’가 가능하다고 했다. 평등과 정직의 단계에서는 부분적으로 물듦이 생

           긴다는 것이다. 이렇게 보면 행사의 핵심은 마음이 ‘좋다’, ‘나쁘다’와 같은
           분별심을 버리고 대상을 평등한 마음으로 바라보고, 마음이 정직하여 사
           악한 생각이 없고, 온갖 대상에 자극받지 않고 마음이 고요히 안주하는

           상태를 의미한다. 『대승오온론』은 이런 행사의 마음상태에 대해 ‘물들지 않

           고 평안하게 머문다[無染安住]’라고 설명하고 있어 선종에서 말하는 ‘무념無
           念’과 의미가 상통함을 알 수 있다.
             우리의 마음이 나쁜 경계나 좋은 경계에 물들게 되면 자연히 마음이 들

           뜨는 도거의 상태가 되거나 또는 침울하게 가라앉는 혼침의 상태가 되기

           마련이다. 하지만 마음이 대상을 대함에 있어 평등한 상태를 유지하고, 스
           스로 마음이 정직하고, 대상에 자극받지 않는다면 어떤 상황에서도 평온
           한 마음을 유지할 수 있는 것은 자명하다. 따라서 행사의 상태에서는 마

           음이 번뇌의 바람에 흔들리지 않고 굳건하여 번뇌가 침입하지 못하는 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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