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09 - 고경 - 2020년 10월호 Vol. 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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住].”이다. 이를 통해 마음이 평등平等과 정직正直을 얻어서 번뇌의 대상에
자극받아 요동치는 장애를 제거하는 것이 행사의 주요 작용[業]이다.
마음을 고요하게 유지하는 3단계
『성유식론』에 따르면 행사는 마음이 고요하게 가라앉은 정도에 따라 평
등平等, 정직正直, 무공용주無功用住라는 세 단계를 설정하고 있다. 세친의
『대승오온론』에서도 행사는 “네 가지 선심소에 의지하여 마음의 평등성[心
平等性], 마음의 정직성[心正直性], 마음의 무발오성[心無發悟性]을 얻는다.”라
며 세 단계를 설명하고 있다.
제1단계는 평등平等을 얻은 경지를 말한다. 여기서 평등이란 도거와 혼
침, 좋고 나쁨, 선善과 불선不善, 이익과 손해와 같은 분별심分別心을 떨쳐버
리고 대상을 평등하게 바라보는 마음이라고 할 수 있다. 마음이 들떠 있거
나 침울하게 가라앉는 것은 모두 좋아하고 미워하는 것과 같은 차별심에
의해 빚어진다. 따라서 치우친 생각 없이 대상을 바라보는 평등한 마음을
얻으면 번뇌의 대상에 물들어[雜染] 마음이 침잠하는 상태에서 벗어날 수
있다. 이렇게 번뇌의 대상에 물듦에서 벗어남이 지속적으로 이어지는 것
[相續]이 평등한 마음이다.
제2단계는 정직正直을 얻은 상태를 말한다. 내 마음에 욕심이 가득하고
삿되고 왜곡되어 있으면 자연히 갖가지 대상에 쉽게 물들기 마련이다. 하
지만 내 마음이 바르고 올곧으면 갖가지 대상에 마음이 현혹되거나 물드
는 것을 방지할 수 있다. 마음이 바르고 곧으면 행여 대상에 물들지 않을
까 염려하는 ‘두려운 마음[怯慮]’도 사라진다. 자신이 바르고 올곧기 때문에
번뇌를 유발하는 대상에 마음이 휘둘리지 않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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