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04 - 고경 - 2020년 10월호 Vol. 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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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 이 절에서 차를 대접받았던 것이 아닌가 생각한다. 한편 조선 중기
           (1506-1637) 스님들의 음다 풍속은 선미를 드러냈다. 특히 수행과 끽다일
           미喫茶一味를 담담하게 노래한 것은 보우(普雨, 1509-1565)의 「10월13일 눈을

           보고 짓다[十月十三日見雪有作]」이다. 그의 담백하고 검소한 수행승의 차 생활

           을 나타낸 전문全文은 이렇게 시작된다.


                초겨울 추위가 한겨울 추위보다 더하여                     初冬寒勝仲冬寒

                비스듬히 열린 선방 문을 손수 닫노라.                    八字禪扉手自關.

                해진 승복, 된서리에도 깜짝 놀라고                      衲破易驚霜露重
                성성한 선정의 기운, 한 해 저무는 줄 몰랐네.  氣全難覺歲時闌.
                찬바람 겁내 장막을 드리우고 종이를 펼쳤지만  怯風垂帳開單後

                추위 두려워 화로를 끼고도 붓을 던지네.                   怕冷圍爐閣筆端.

                시자가 차를 끓여 마시라고 부르기에                      侍者煮茶來喚飮
                일어서 보니 날리는 눈발이 앞산에 가득하네.  起看飛雪滿前山.



             윗글은 『허응당집虛應堂集』에 수록된 내용으로, 선방의 다사茶事를 담박

           하게 드러냈다. 특히 해진 승복은 수행 승려의 단출하고도 검소한 내면을
           나타낸다. 아울러 그의 본분사인 참선의 경지는 “성성한 선정의 기운, 한
           해 저무는 줄 몰랐네[氣全難覺歲時闌].”라고 한 대목에 또렷하게 드러난다.

           그러므로 선시의 담박함이나 함축미, 단순한 맛을 살려낸 시어詩語는 그

           가 조어造語 능력이 탁월함을 드러낸 것으로, 이는 전통적인 선시의 품격
           을 이은 것이다.

             특히 재기발랄한 조어의 경지는 “해진 승복, 된서리에도 깜짝 놀라고[衲
           破易驚霜露重]”라고 한 대목에서도 드러나며, “초겨울 추위가 한겨울 추위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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