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34 - 고경 - 2020년 10월호 Vol. 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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년 관음상에 개금불사를 할 때 하늘에서 상서로운 빛과 향기를 품은 신
           비한 구슬 한 개가 떨어졌다. 이에 사람들은 이를 상서로운 일이라 하여
           탑을 조성하고 구슬을 봉안하는 불사가 1693년에 완성되었다. 이 당시 탑

           을 건립함과 동시에 ‘해수관음공중사리비명海水觀音空中舍利碑銘’을 두전頭

           篆으로 쓴 비를 세우면서 쓴 비문이었다. 현재는 홍련암 옆에 서 있다. 그
           비문을 읽던 중 비명碑銘이 눈에 확 띄었다.



                “佛本無言 現珠著玄 珠亦藏光 借文以宣 文之懼泯 鑱石壽傳

                 珠耶石耶 誰幻誰眞 辭乎道乎 奚主奚賓 於焉得之象罔有神.
                  부처님은 본시 말이 없어 구슬 들어 현묘한 법 보이네. 구슬도
                빛을 함장 하니 글로 뜻을 밝히거니. 글이 없어질까 걱정되어

                돌에 새겨 전한다. 구슬과 돌이라, 어느 것이 헛것이고 어느 것

                이 참이며, 말과 도道라, 누가 주인이고 누가 객이던고. 그 사
                이 벌써 형상은 없어지고 마음이 있음을 깨달았네.”



             이현석 춘천부사가 유학에서 높은 경지에 도달했고 문장 또한 높았지만

           유가와 불가의 이치가 둘이 아니니 실로 진리의 이치를 터득하고 이 탑비
           를 쓸 때 그 경지를 드러내 보인 절창의 문장이다. 비석에 쓴 그의 글씨 또
           한 뛰어나다.

             저녁 햇살을 뒤로 하고 솔바람 속으로 산사를 내려오는 길, 해수관음상

           을 앙망하며 정례頂禮하고 내려가는 길이지만 푸른 물속에 달은 보이지 않
           는다. 중생의 발걸음 소리에 나뭇가지에 앉았던 파랑새가 숲속으로 날아간
           다. 부드러운 햇살 속으로 날아가는 파랑새를 보는 우리들 뒤에서 원효 스님

           의 빙그레 웃는 미소가 느껴진다. ‘자네도 관음을 보지 못하는 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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