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15 - 고경 - 2020년 11월호 Vol. 9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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된 경우에만 그러하다.
⑦ 부처님에게는 인심人心만 있고 도심道心이 없다는 힐난에 대하여 인
심은 번뇌이고 도심은 깨침이다. 인심은 타파의 대상이고 도심의 추
구의 대상이다.
⑧ 무념無念에 대한 힐난에 대하여 무념이란 망념妄念이 없는 것을 의미
한다.
⑨ 정定과 혜慧의 관계에 대한 힐난에 대하여 혜에 근거한 정이라야 옳다.
⑩ 무정無情은 무엇인가라는 힐난에 대하여 범凡·성聖의 분별이 없는 것
이다.
이들 가운데 ①의 내용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묻는다: ‘석가모니가 가정을 버리고 도를 닦은 것에 대하여 그것을 비판
하는 사람은 인륜과 기강을 저버린 것이라고 평가합니다. 어찌 생각하십니
까?’
답한다 : ‘그것은 석가모니가 일찍이 가정을 저버린 적이 없다는 것을 전
혀 모르고 하는 말이다. 곧 석가모니는 온몸으로 먼저 정반왕과 마야부인
을 제도하였고, 다음으로 야쇼다라를 제도하였으며, 다음으로 라후라를
제도하였고, 다음으로 아난을 제도하였다. 이것은 군신·부자·부부·형제
의 인륜을 결코 그만두지 않았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다. 그런데도 인륜
과 기강을 저버렸다고 말할 수 있겠는가. 다시 말하자면 인륜과 기강을 저
버리려고 했겠는가. 또한 출가비구들이 내세우는 논리에 따르면 재관宰官
및 거사居士 등의 백성은 모두 임금과 부모로부터 떠나지 않으면서도 도를
닦고 진리를 배웠다. 그러니 그 누가 인륜의 뜻을 저버릴 수 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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