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16 - 고경 - 2020년 11월호 Vol. 91
P. 116

가령 부처님의 가르침을 이해하지 못한 사람은 단지 음식만 탐내고 욕
           심을 부릴 줄만 알고 재계齋戒를 지키고 살생을 삼가는 것은 알지 못하여
           귀인과 천인 기타 모든 생명을 죽이고 만다. 그것은 마치 채소나 과일의 식

           물과 같아서 방생과 이류는 모두 중생으로서 불성이 있다고 말하는 것을

           모르는 처사다. 비단주름으로 수를 놓아 장식을 하면서도 수많은 누에의
           생명을 앗아가는 줄도 모르고 몸의 장식을 뽐내고 있으니 참으로 애석하
           다. 진수성찬을 맛있다 하면서도 수륙의 생명이 삶겨죽고 변방에서는 주

           리고 창고가 비어가는 줄도 모르고 있으니 큰 죄를 짓는 것이다.

             또한 사냥하는 매와 개 및 사냥하는 도구가 산림에 가득하고, 물고기
           잡는 그물과 도구가 강과 바다에 넘쳐나며, 소와 양과 돼지와 사슴의 고기
           가 도시에 낭자하고, 자라와 새우와 게 등 생선의 비린내가 거리에 가득하

           며, 그 기술을 익히고 전승하면서도 당장 눈앞에 나타나지 않는다고 하여

           두려워할 줄도 모르고 그 생명들에게 원한을 맺은 줄도 모르고들 있으니
           그 과보가 반드시 무궁할 것이다.
             또한 흥겨운 노래를 부르고 멋진 춤을 추며, 관악기를 불고 현악기를 뜯

           으며, 첩을 두고 사내아이를 사랑하며, 그것을 기뻐하고 즐거워하며, 영웅

           및 현인과 호걸을 불러들이면서도 그와 같은 욕망이 끝이 없는 타락으로
           빠져드는 근본이 되는 줄을 모르고 있다. 무도하고 난잡한 세상을 만나서
           명예와 이익을 다투어 모아서 거리에 나서면 광영이 넘치고, 도로에 나서

           면 타인의 부러움을 한 몸에 받으며, 중인 이상은 모두가 다 그런 풍습에

           물들어버렸으면서도, 그런 것들이 허깨비와 물거품처럼 무상하게 흘러가
           버리는 근본이 되는 줄을 모르고 있다. 또한 어리석은 인정에 얽매이고 애
           욕이 몸에 배어들고 고·락에 얽혀들며, 생·사에 계박되어 있으면서도 해

           탈의 길이 있는 줄을 모르고 있다. 또한 망령되게도 남과 나를 분별하여



           114
   111   112   113   114   115   116   117   118   119   120   1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