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17 - 고경 - 2020년 11월호 Vol. 9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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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혜와 원망을 따지는 것에 힘을 쏟으면서 평등의 길이 있는 줄을 모르고
            있다.
              이제 이와 같은 목전에서 벌어지는 모습에 대해서는 그만 논하겠다. 이

            와 같은 큰 잘못을 저지르고 있으면서도 어찌 몸이 죽은 이후에 벌어지는

            선·악의 인·과가 천생·만겁을 지내더라도 그 과보가 끝이 없는 줄을 모르
            고 있는가. 대다수의 사람들이 근본적인 핵심을 모른다고 할지라도 자기
            스스로 불법에 대하여 밝게 꿰뚫고 있다면 갖가지로 위범違犯하는 자가 이

            전과 같이 많을지라도 불교를 받들고 수지修持하는 자 또한 적지 않을 것

            이다. 그것이야말로 세도世道의 중추적인 역할이 될 것이니, 그 어찌 위대
            하지 않겠는가. 유교는 세간법으로서 명분과 교양[名敎]의 강유綱維로 활용
                                       1)
            되어 생전의 보취保聚가 되지만,  불교는 출세간법으로 본래의 마음을 잘
            다스리는 것으로 활용되어 죽은 이후에 하늘에 올라가는 것이다. 이처럼

            유교와 불교가 원래는 서로 위협하는 관계가 아닌데 무엇이 유교와 불교
            가 공존하는데 방해가 되겠는가?’”






















            1)  강유綱維는 물고기 잡는 그물을 사방에서 동시에 거두어 올릴 수 있는 벼릿줄을 의미하고, 보취保聚는
             병력을 모아 성을 지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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