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21 - 고경 - 2020년 11월호 Vol. 9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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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2. 대웅보전과 김돈희 예서 주련.


            알현하러 가듯이 바다로 흘러 나아간다는 뜻인데, 1793년 영조 때 남문 위
            에 누각을 지으며 강화유수 권교가 현판을 걸었다. 역사적으로 강화도에

            는 천도를 하기도 했고 위기 시에 왕실이 옮겨올 자리인 동시에 1660년 현

            종(顯宗, 1659-1674) 이래 묘향산妙香山에서 옮겨온 장사각藏史閣과 선원보
            각璿源寶閣에 실록과 왕실세보까지 보관하고 있으니 육지의 뭇 강들이 강
            화바다로 흘러들어오는 모습과 겹쳐 그 중의적重義的인 의미가 더해 온다.

              남문을 지나면 통상 절에 서 있는 일주문一柱門이나 천왕문天王門과 같은

            문은 없고 바로 전등사라는 현판이 걸린 대조루對潮樓에 이르게 된다. 하늘
            로 날아 오를듯한 대조루를 쳐다보며 수많은 발자국에 닳은 오랜 석계를
            밟아 올라가면 대조루의 낮은 마루 아래를 고개 숙여 지나가게 된다(사진 1).

            머리가 부딪히지 않게 한껏 숙여 조심스레 지나지만 이 순간은 자신의 아

            상我相을 죽이는 하심下心의 시간이다. 어느덧 발 앞에 작은 돌계단이 보여
            바로 고개를 드는 순간에 대웅보전大雄寶殿의 고색창연한 모습이 눈 안에
            들어온다. 현액과 주련도 글씨가 퇴락하여 보존이 필요하고 법당의 단청도

            다시 올려야 할 정도로 낡았지만, 처마 밑 공포栱包에 쌓인 시간의 무게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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