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26 - 고경 - 2020년 11월호 Vol. 9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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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6. 무설전.
당양식이라고 해도 좋을 것이다. 무설전의 글씨를 쓰라는 말씀에 하는 수
없이 나의 둔필鈍筆이 그에 추가되었다(사진 6).
선불장은 고려시대 건축의 원리에 따라 김봉렬 교수가 설계한 것인데,
동문으로 나가는 길로 걷다가 위를 쳐다보면 잘 생긴 늘 푸른 소나무들 사
이로 독수리가 날개를 활짝 편 모습을 한 누각이 공중에 매달려 있는 것
처럼 보인다. 선불장의 화려하고 웅대한 모습이다(사진 7). 선불장의 주련은
송나라 예장종경豫章宗鏡 선사의 게송인데, 대웅보전의 주련과 대응하여
진리를 깨달은 그 경지를 잘 보여준다. 진리가 우주 전체에 가득하여 하나
일 뿐이니 눈앞에 보이는 것에 끌려 다니지 말고 눈 들어 멀리 진리의 하
늘을 한번 볼 일이라는 가르침이다. 하늘 높이 걸린 주련이 그 내용만큼이
나 장쾌하다. 천개의 강이 흘러 바다로 달려오고 그 바다를 바라보고 우
뚝 서 있는 전등사 선불장의 웅혼한 자태에 잘 어울린다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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