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24 - 고경 - 2020년 11월호 Vol. 9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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규진 세 선생의 글씨를 보면서 그 어려웠던 시대를 거슬러 올라가 생각해
보니 만감이 교차한다.
대조루 옆에는 종각이 있고, 대웅보전을 바라보며 왼쪽으로 향로전香爐
殿, 약사전, 명부전冥府殿, 적묵당寂黙堂이 일렬로 서 있다. 약사전 옆으로
계단을 올라가면 삼성각三聖閣이 있고, 대웅보전 오른쪽에는 강설당講說
堂이 있다. 이러한 당우들로 이루어진 공간이 옛날부터 전등사를 형성한
공간이다. 일제강점기 때 찍은 사진을 보면, 대웅보전의 배흘림기둥에는
종이에 글씨를 써서 주련 대신 붙여 놓은 것이 보이는데, 김돈희 선생의 주
련은 그 이후 제작하여 건 것으로 보인다. 오늘날 보물로 지정된 대웅보전
은 전체 모습이 수려할 뿐 아니라 그 안에는 불상이외 조각이 뛰어난 수
미단과 닫집, 천정 단청과 그림, 양쪽 대들보에 걸쳐 내려다보는 용조각 등
하나 하나가 보는 이로 하여금 경탄을 금치 못하게 한다. 과연 이 전체가
보물일 수밖에 없다. 성당 선생의 호쾌한 주련 글씨에 자주 눈길이 가는
것은 억누를 수 없다.
佛身普遍十方中 부처님 법신은 이 세상에 두루 있으니
月印千江一切同. 달이 천개의 강에 비추어진 것과 같도다.
四智圓明諸聖本 원만하고 밝은 지혜 갖춘 여러 성인들이
賁臨法會利群生. 법회마다 나투어 중생을 이롭게 하시도다.
전등사에는 옛 공간과 달리 근래에 확장하면서 이루어진 공간이 있다.
죽림다원은 혼자 오든 여럿이 오든 그 공간이 주는 분위기에 한번 와본 방
문객들이 퍼뜨린 소문으로 인기 높은 다원으로 소문이 나 있지만, 수십 년
동안 퇴락한 전등사의 나무 한 그루 꽃 한포기까지 세심하게 새로 다듬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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