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43 - 고경 - 2020년 11월호 Vol. 91
P. 143
해가게 되었다고 설명하였다. 그리하여 『대승기신론』을 ‘중국적인 불교를 성
립시킨 촉매’라고 표현하기도 한다. 이 과정은 바로 유식불교가 『대승기신
론』의 진심眞心·진상심眞常心, 또는 자성청정심自性淸淨心 사상으로 변화하
는 과정이다.
진상심 사상에서는 해탈과 구원의 근거를 불성이라고 달리 부르기도 하
는 ‘진상심(진심)’의 관념에 둔다. 현상계의 모든 현상이 진심, 또는 진여에
의거하여 생겨난다고 보고, 이를 진여연기라고 한다. 이러한 체계에서는 불
성인 진심, 또는 진여가 본체이고 여기에서 생겨난 현상계의 모든 대상이
작용이 되어, 본체와 현상이 따로 분리되지 않는다. 이것은 연기 공성空
性과 진심眞心을 결합한 설명 방식이라고 할 수 있다. 불성佛性에 공空만 있
다면 스스로 생기生起할 수 없지만, 진심과 하나가 되면 생기를 말할 수 있
기 때문이다. 이는 진여를 아라야식의 현현인 현상과 분리시켜보는 유식불
교와 대조되는 특징이다. 종밀은 대승불교를 공종空宗, 유종有宗, 성종性
宗으로 나누었고, 근대의 학자인 인슌(印順, 1906-2005)은 성공유명론性空唯
名論, 허망유식론虛妄唯識論, 진상유심론眞常唯心論으로 나누었다. 이 때 기
신론 은 성종이나 진상유심론 계열에 속한다고 할 수 있다. 『대승기신론』
은 『화엄경』, 『능엄경』, 『승만경』, 『능가경』, 『열반경』 등에 나타난 사상을 진
심을 중심으로 정리하고, 전통불교에서 발전되어 나온 성각性覺 사상을 통
합하여 중국 불교사상에 새로운 경지를 개척하였다고 평가된다.
중국불교가 진상심眞常心 사상 중심으로 된 것은 현실을 중시하는 중국
인의 경향성 때문인데, 유학의 영향이 없었다고 할 수는 없다. 현상계가 본
체인 진심의 현현임을 말하는 진상심 사상은 현상계의 모든 존재들의 가
치를 인정한다는 점에서 유학의 성선론性善論 경향과 일치한다. 『대승기신
론』의 심성론 주장은 중국 유학의 핵심 흐름인 맹자의 성선론과 서로 부합
14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