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46 - 고경 - 2020년 11월호 Vol. 9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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된다. 서양 문화의 충격으로 동양의 전통 철학을 반성하게 되는 지성적이
고 비판적인 분위기에서 지적인 이해가 없는 신앙은 의미가 없다고 생각하
는 지식인들은 신앙을 강조하는 『대승기신론』을 비판하였다. 따라서 『대승
기신론』과 완전히 대조적인 성격을 지닌 유식불교가 관심을 끌게 되었던
것이다. 반면 『대승기신론』이 중국불교의 핵심이라고 생각하는 학자들은
그를 비판하는 것은 중국의 정신 자체를 비판하는 것이라는 생각에서 이
러한 비판에 대항하였다.
내학원 학자들은 『대승기신론』으로 대표되는 중국불교와 인도불교의
차이점을 분명히 의식하고 있었다고 여겨진다. 그러면서도 그들이 『대승기
신론』을 비판한 목적은 한편으로는 인도불교의 본래 정신으로 되돌아가려
는 것이고, 다른 한편으로는 유식불교, 그 중에서도 현장 유식의 이성적,
사변적 논리 정신으로 근대이래 서양 철학의 유입에 대응하려는 것이었다
고 보여진다. 불학원의 학자들도 『대승기신론』과 중국화 된 불교와의 관계
를 분명하게 인식하고 있었다. 그들은 『대승기신론』을 부정하는 것은 중국
화 된 불교를 부정하는 것이라고 생각하고, 이 때문에 극력 『대승기신론』
의 합법성을 옹호하였다. 그러나 그들은 종교적인 신념을 강조하고 역사
적·과학적 역사 방법을 거부하였다. 그러므로 그들은 모두 각종 방법을 통
해 『대승기신론』과 인도불교를 하나로 보고, 유식불교와 『대승기신론』이 서
로 회통한다고 주장하였다.
여징呂澄과 웅십력熊十力의 대론
그런데 사실 본체와 현상을 분리해 보는 것은 서양 형이상학의 전형적
인 특징이기도 하다. 따라서 중국 근대 유식불교와 『대승기신론』 추종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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