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47 - 고경 - 2020년 11월호 Vol. 91
P. 147
사이의 논쟁은 서양철학과 중국 전통철학의 대리전쟁을 의미한다고 할 수
있다. 이러한 논쟁은 정확하게 천태·화엄·선과 현장 유식의 논쟁, 중국불
교와 인도불교의 논쟁의 연속이다. 이 논쟁을 서양 철학과 중국 전통철학
의 갈등의 다른 측면으로 파악하는 것은 논자의 독자적인 견해이다. 현대
의 대표적인 불교학자 여징(呂澂, 1896-1989, 사진 1)은 신新불가이자 신유학
자인 웅십력(熊十力, 1885-1968, 사진 2)의 『신유식론新唯識論』이 중국의 위
서僞書와 같은 맥락에 속한다고 비판하였다. 여징의 논리대로라면, 중국불
교는 인도불교의 위서에 지나지 않으므로 별 가치 없는 것이 되고 만다.
여징은 웅십력의 사상이 인도불교의 ‘성적性寂’설과 달리 천태·화엄·선
등 중국불교의 ‘성각性覺’설과 동일한 입장이라고 본다. 웅십력 철학은 『대
승기신론』의 ‘심성본각心性本覺’의 관념이라는 것이다. 그리하여 웅십력의 『신
유식론』과 유식불교의 분기는 ‘성각性覺’과 ‘성적性寂’의 분기이며, 중국의 위
경僞經, 위론僞論과 현장 유식의 분기라고 하였다. 따라서 『대승기신론』을
추종하는 견해는 전적으로 중국불교의 발전 방향과 일치하는 것이다. 웅
십력은 본체와 현상의 분리를 주장하는 유식불교의 입장을 비판하고, 『대
승기신론』의 진여연기론적 입장을 그대로 수용하였다. 이 새로운 유식학은
『대승기신론』의 유학적 해석이라고 할 만하다. 여기에서 중국 근대불교가
개척한 하나의 새로운 길이 등장하게 된 것이다.
14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