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49 - 고경 - 2020년 11월호 Vol. 9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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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인의 각오는 선종을 모두 따르는 것이다.
조오 임종 시에 말하기를 다미와 선미가 같음을 알지니,
송풍을 모두 마셔 마음의 티끌 없어라.
数寄者之覚悟ハ禅宗ヲ可用全ト也
紹鷗末期に曰、知量茶味与禅味同、
為松風吸尽不意塵云々.”
여기서 각오覚悟란 마음의 다짐이란 뜻이라기보다는 불교용어로서 괴로
움에서 벗어나 깨달음을 얻어 사물의 본질을 이해하고 체화体化한다는 의
미이다. 조오는 다인의 깨달음은 선종에 따르는 것이므로 다미茶味와 선
미禅味가 같다는 다선일미를 알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송풍松風은 차솥에
물 끓는 소리를 솔바람에 비유한 것으로 다도를 뜻한다. 송풍을 모두 마
신다는 말은 다도의 길에 용맹정진한다는 말이다. 다도에 정진하여 도에
이르러 마음의 티끌 하나 없는 경지에 이름을 다선일미라고 했던 것이다.
조오의 이러한 다선일미라는 말은, 그의 참선의 스승인 대덕사의 다이린 소
토(大林宗套, 1480-1568)가 조오의 초상에 적어둔 게송에서 인용한 것이다.
최초로 와카를 족자로 걸다 조오를 일본 다도의 중흥조로 일컫는
배경에는 그가 가장 일본적 다도의 분위기를 만들어 냈기 때문일 것이다.
조오는 다선일미의 다도관에 기초하면서도 일본의 시가문학의 분위기를
다도에 도입하여 표현하였다. 그는 다도를 배우기 전부터 렌가連歌라는 시
의 세계에 심취해 있었다. 렌가는, 혼자서 부르는 와카和歌(31자, 윗구 5・7
・5와 아랫구 7・7)를, 윗구(17음 5, 7, 5)와 아랫구(14음 7, 7)로 나누고 여러 사
람이 모여 한 사람씩 윗구와 아랫구를 이어 노래하며 완성하는 시의 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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