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25 - 고경 - 2020년 12월호 Vol. 9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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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뒤에 유방과 항우가 들고일어나 진나라는 망하게 되었습니다. 항우
가 먼저 함양에 들어가 아방궁을 불태우고, 여산의 묘를 파헤쳐서 그 속에
갇혀 있던 삼천 명의 궁녀들을 살려 주어 제 갈 길로 가게 하였습니다. 그
러나 항우도 그 삼천 명의 궁녀 가운데 가장 아름답다고 생각되는 궁녀는
남 주기 싫어서 자기가 차지했으니, 그 미인이 천하에 유명한 우미인虞美人입
니다. 나중에 항우가 유방과 싸우다가 해하咳下에서 대패하고 오강烏江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으며 부른 노래가 있습니다.
“힘은 산을 뽑고 기개는 천하를 덮어도
때가 이롭지 못하니 천리마도 앞을 달리지 않는구나.
천리마가 달리지 않으니 어찌할 거나
우미인이여, 우미인이여 나는 장차 어찌할 거나?
力拔山兮氣蓋世
時不利兮騅不逝.
騅不逝兮可奈何
虞兮虞兮奈若何.” 4)
항우가 당장 망해서 죽게 되었는데 천리마는 버려도 우미인은 버리기 싫
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둘은 술을 마시고 춤을 추다가 마침내 자결하고 말
았습니다.
사람의 욕심이란 이같이 허무할 뿐만 아니라 그 욕심으로 인해 자기와
남에게도 피해를 입히게 됩니다. 진시황의 아방궁을 짓고 거대한 무덤을 파
4) 사마천의 『사기史記』에 수록되어 있는 항우의 『해하가垓下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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