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91 - 고경 - 2020년 12월호 Vol. 9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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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고 대신 번뇌만 무성하게 자라난다.
그런데 삼독은 지혜의 생명이라는 정신적 영역에만 해악을 끼치는 것이
아니다. 욕심이 많은 사람은 과도한 욕심 때문에 몸을 망치기 일쑤고, 분
노의 에너지는 타인을 해치는 것은 물론 자신도 뇌졸중 등으로 쓰러지는
경우도 많다. 또 어리석은 사람은 부질없는 것에 집착하여 몸과 마음을 망
가뜨리는 경우가 허다하다. 이렇게 보면 세 가지 독소는 상징적 표현에 그
치지 않고 실제로 몸과 마음을 죽이는 독소로 작용함을 알 수 있다.
『성유식론』에서는 삼독의 각 항목에 대해 다음과 같이 설명하고 있다.
첫째 탐貪은 좋아하는 대상에 물들어 애착하는 염착染著의 마음을 말한
다. 『성유식론』에서는 “윤회하는 삶[有]과 그 원인[有具]에 대해서 탐착함을
본성으로 삼으며[於有有具染著為性], 무탐심소를 장애하여 고통을 일으키는
것을 작용으로 삼는다[能障無貪生苦為業].”고 설명하고 있다. 탐의 본성은 유
에 대한 집착이며, 선심소인 무탐을 방해하여 고통을 유발하는 것을 작용
으로 삼는다는 것이다. 탐심소의 애착 대상은 외부의 물질 등으로 다양하
지만 가장 근본은 윤회하는 삶과 그 주체인 오온에 대한 집착이다. 이런
맥락의 탐착은 동물을 포함해 모든 유정이 본능적으로 갖고 있다.
둘째 진瞋은 분노, 미워함, 상처를 주고 해치고자 하는 마음작용을 말
한다. 『성유식론』에 따르면 “고통[苦]과 그 원인[苦俱]에 대해 미워하고 성내
는 것을 본성으로 삼으며[於苦苦具憎恚為性], 무진無瞋 심소를 장애하여 불
안과 악행의 의지처가 되는 작용을 한다[能障無瞋不安隱性 惡行所依為業].”고
했다. 진은 자신에게 고통을 주는 대상을 향해 분노하고 미워하는 것이 본
질적 성질이다. 그리고 선심소에 해당하는 무진無瞋의 마음작용을 방해[障]
하여 불안온不安隱과 악행惡行의 근거가 되는 것이 진이다. 특히 진은 “몸과
마음을 괴롭혀[必令身心熱惱] 모든 악업을 일으키게 하는 불선의 성품[起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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