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90 - 고경 - 2020년 12월호 Vol. 9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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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심리요소가 더 많기 때문에 선행보다 악행을 짓기 쉽다는 것, 셋째는
           중생이 이런 저런 죄를 많이 짓는 것도 결국 이와 같은 심리적 요인 때문
           이라는 것이다. 이를 두고 유식은 성악설에 가깝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하

           지만 여기서 말하는 마음의 작용은 인간의 본성이 아니라 마음[心王]의 조

           종을 받는 현상에 불과함으로 그렇게 해석할 대목은 아니다.
             26가지에 달하는 번뇌심소는 크게 두 가지 범주로 다시 구분된다. 번뇌
           의 근본이 되는 6가지의 근본번뇌 심소와 근본번뇌에 수반되는 종속적 번

           뇌인 20가지 수번뇌심소가 그것이다. 『성유식론』에 따르면 6가지 근본번뇌

           심소는 “탐貪·진瞋·치癡·만慢·의疑·악견惡見”이며, 이들 여섯 가지 심소는
           “본성이 근본번뇌에 포함되기 때문[根本煩惱攝故]”에 번뇌심소라고 부른다고
           밝히고 있다.




             삼독, 팔만사천 번뇌의 뿌리


             이번호에는 여섯 가지 근본번뇌심소 중 탐, 진, 치에 대해 고찰해 보고

           자 한다. 유식학에서는 근본번뇌에 해당하는 것을 6가지 항목으로 설명하

           지만 보통 경전에서는 탐진치를 모든 번뇌의 뿌리로 규정하고 있다. 일례
           로 『법구경』에서는 “탐욕처럼 심한 불길은 없고, 노여움처럼 심한 포수도
           없고, 미망에 비할 그물도 없다.”고 했다. 탐욕은 모든 것을 불태우는 불꽃

           이고, 분노는 생명을 죽이는 사냥꾼이며, 어리석음은 스스로를 속박하는

           그물이라는 것이다.
             이처럼 탐진치의 해악이 크기 때문에 이 셋을 ‘세 가지 독약’라는 뜻에서
           삼독三毒이라고 부른다. 여기서 ‘독’이란 지혜의 생명을 죽음으로 몰아넣기

           때문에 붙여진 이름이다. 마음에 삼독이 퍼지면 지혜의 작용과 선량함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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