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93 - 고경 - 2020년 12월호 Vol. 9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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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와 같은 삼독의 불꽃을 맹렬히 타오르게 하는 연료는 ‘바르지 않는 법
[非法]’, ‘평등하지 않음[不平等]’, ‘삿된 법[邪法]’이라고 했다. 비법, 불평등, 사
법을 다스리지 못하면 탐진치의 불꽃은 꺼지지 않고 더욱 맹렬해진다. 그
런 삼독의 불꽃에 의해 지혜의 생명은 죽음을 맞이하고, 내면에는 팔만사
천 번뇌가 자라나고, 그 에너지에 이끌려 온갖 악업을 짓게 된다.
『소실육문』 중의 하나로 알려진 『파상론』에 따르면 삼독은 팔만사천 번
뇌의 뿌리라고 했다. 즉, “비록 팔만사천 번뇌와 욕망[雖有八萬四千 煩惱情欲]
과 갠지스 강의 모래알처럼 많은 악이 있지만[及恆河沙衆惡] 그 모든 것은
탐진치 삼독이 근본이다[皆因三毒以為根本].”라고 했다. 중생들의 마음속에
는 팔만사천가지 번뇌가 타오르고 있고, 그로 인해 무수한 악행을 짓게 되
는데 그 모든 번뇌의 뿌리는 삼독이라는 것이다. 따라서 번뇌를 근원적으
로 해소하기 위해서는 갖가지 양태의 번뇌를 하나하나 제거할 것이 아니라
그 뿌리가 되는 삼독을 제거해야 한다. 이런 이유 때문에 불교수행은 삼독
을 잠재우는 것에 초점이 모아진다. 삼독심이 제거되지 않았다면 아무리
수행을 많이 했어도 바른 수행이 될 수 없는 것은 자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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