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05 - 고경 - 2021년 1월호 Vol. 9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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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지 않는다고 해서, 거울이 없다고 할 것인가 내가 없다고 할 것인가? 먼
지를 닦으면 나의 참모습을 볼 수 있으니 당연히 먼지를 닦아야겠다는 생
각이 들었다. 그 강연이 있은 지 2-3주 후에 ‘경북대 불교학생회’ 모임이 있
다는 동아리방을 찾아가서 한국대학생불교연합회 경북지부 법회가 대구
반월당 보현사에서 열린다는 것을 알았다. 또한 여름 수련회가 해인사에
서 열린다는 얘기를 듣고 수련회가 무엇을 하는 것인지도 모른 채 참석했
다(사진 1·2).
당시 해인사 방장 성철 스님께서 하루 2시간씩 7일간 법문 을 하셨다.
1)
방장 스님의 지극히 논리적이고 아주 과학적인 말씀에 과학을 공부하는
학생이었던 필자가 의문을 제기하려고 해도 반론의 여지를 찾기 어려웠다.
4)
3)
3,000배 가 백미였고, 수계 는 나의 나침판이었으며, 용맹정진 은 일에 대
2)
한 자신감을 주었다. 그 때부터 누구를 보아도 불교 얘기를 하고 싶었다.
우선 집안 식구부터 시작하여 친구들, 여러 사람에게 불교를 소개하였다.
그런데 조금 지나니 내가 알고 있는 것이 정말 미미한 것이구나 하는 것을
스스로 알게 되었고, 자제하는 마음이 생기게 되었다. 초발심시변정각初發
心時便正覺 이라는 말이 실감난다. 지금은 해인사 수련대회의 기분이 어디
5)
론가 다 도망가고 없다.
1) 1969년 7월24일부터 8월2일까지 10일간 수련회 중 입재식, 해재식, 오리엔테이션 3일을 제외하고 오
전 7시에서 9시까지 2시간씩 7일간 법문하신 내용이 『성철스님 법어집-영원한 자유』라는 제목으로 장
경각에서 출판됐으며 ‘불교의 현대적 고찰’ 등의 내용을 담고 있다.
2) 삼천배의 기운은 30년 정도 유지됐다. 그 후 2번 더 했으나 효과가 처음과 같지 않았다. 보통 2천에서
2천5백배 사이에 무의식의 상태에 들어가게 되는데 그것을 경험하지 못하면 효과가 적을 뿐만 아니라
몸도 상하게 된다.
3) 不殺生(慈悲), 不偸盜(福德), 不邪淫(淸淨), 不妄語(眞實), 不飮酒(智慧)의 다섯 가지 계율을 받아 지님.
4) 저녁 9시부터 새벽 3시까지 50분 좌선 후 10분 행선行禪을 거듭하였다.
5) ‘처음 발심하던 때가 깨달음을 이룬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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