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20 - 고경 - 2021년 1월호 Vol. 9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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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생명 중의 하나가 인간이다. 개별적인 인간이 모여 사회를 이루고, 그 사
           회가 문화를 만들어내고 문화의 누적적 발전으로 문명이 형성된다. 이 각각
           의 단계가 모두 상입에 의한 연기의 과정이고 창발을 통한 도약의 과정이다.




           바뀌며 이어지는 생명 현상     지구상에서 생명 현상은 38억 년 동안
           이어져 왔다. 이동안 지구 위에서 살았던 생명종의 수는 40억 정도로 추
           산된다. 현존하는 생명종의 수는 크게 잡아도 4백만 종을 넘지 않는다. 지

           구상에 언젠가 살았던 생명종의 수가 현존하는 생명종의 수보다 적어도

           천 배는 넘는다. 생명 현상이 이어졌지만, 생명종은 나타났다가 사라졌음
           을 의미한다. 이를 진화라고 한다. 생명종을 구성하는 개별생명체는 모두
           태어나서 살다가 죽는다. 개별생명체가 나타났다가 사라짐에도 불구하고,

           생식과 유전을 통해 생명종은 상당 기간 존재한다. 바뀌면서 이어지는 이

           과정이 지구 생명의 역사다.


           몸을 바꾸며 이어지는 생명체     개별생명체는 그대로 유지되는가? 아

           니다. 우리 몸을 구성하는 수십 조 개의 세포도 태어나서 살다가 죽는다.

           피부 세포는 6주 정도, 간은 2개월 정도, 적혈구는 4개월 정도 지나면 새
           로운 세포로 교체된다. 신경세포나 뼈가 좀 오래 가지만 이들도 10년이면
           다 교체된다. 살아 있는 생명체는 한편으로는 밖에서 들여온 물질로 새 세

           포를 만들어 내고 다른 한편으로는 낡은 세포를 밖으로 내보낸다.

             우리는 어제와 비슷한 모습이지만, 우리 몸은 매 순간 다른 것으로 교
           체된다. 생명이란 이렇게 바뀌면서 이어지는 흐름이다. 이 점에서 이일하
           교수는 생명을 “물질대사의 흐름 속에서 일정한 형태가 나타나는 분수”라

           고 비유했다. 새로운 물방울로 교체되면서 자신의 형태를 유지하는 분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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