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16 - 고경 - 2021년 1월호 Vol. 9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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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제93호 | 과학과 불교 8        화폐 - 유령에 대한 합의     교환

                                           가치를  제외한다면,  주화나  지폐는
                                           아무 가치도 없다. 지폐는 메모장으

                                           로 쓰기도 어렵고, 그림을 그릴 수도
           바뀌며                             없다. 이 점에서는 A4 용지보다 못하

           이어지는                            다. 주화나 지폐는 그나마 눈에 보이

           연기의 흐름                          기라도 하지만, 오늘날 유통되는 화
                                           폐의 90% 이상은 컴퓨터 메모리 안

                                           에만 존재한다. 개인적으로 보더라도
           양형진 고려대 물리학과 교수
                                           특별한 경우가 아니면, 월급 대부분
                                           을 만져보지도 못한다. 통장에 들어

                                           왔다가 어디론가 흘러간다. 화폐 대

                                           부분은 정보망을 따라 여기저기를 유
                                           령처럼 돌아다닌다.
                                             화폐 자체는 먹을 수도 없고 입을

                                           수도 없으며, 대부분은 보거나 만질

                                           수도 없다. 화폐는 실체가 없다. 보거
                                           나 만질 수 있다고 실체가 있는 것은
                                           아니지만, 보거나 만질 수도 없으니

                                           실체란 말을 꺼내기도 어렵다. 실체
             양형진  고려대학교 과학기술대학 물리학         가 없음에도 불구하고, 대다수 사람
             과 교수. 연구 분야는 양자정보이론. (사)
             한국불교발전연구원장.  저서로  『산하대        은 화폐로 의식주를 해결한다. 교환
             지가 참 빛이다(과학으로 보는 불교의 중        가치  때문이다.  교환가치는  화폐에
             심사상)』, 『양형진의 과학으로 세상보기』
             등이 있다.                        관한 규약 때문에 유지되고, 이 규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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