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52 - 고경 - 2021년 1월호 Vol. 9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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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문제를 학술 담론으로 제기한 것은 이능화였다.
이어 조선전기에는 선교양종이 세워졌다가 혁파되었
지만, 고려 말 태고 보우가 전수해 온 임제종 법맥이
청허 휴정을 거쳐 후기까지 이어졌고 또 휴정이 선을
중심으로 교까지 포섭하여 통합한 사실을 강조했다.
이러한 조선시대의 임제법통과 관련해 이 책에서는
1911년 자주적 종단을 세우기 위해 일어난 임제종 건
립 운동을 자세히 다루고 있다. 근대 불교계에 대한 이
사진 2. 이능화.
능화의 평가에서도 주목할 만한 대목이 있다. 그는 당
시의 고승들은 대개 교학 승려이며 선승은 경허, 만공, 한암 등 소수에 지
나지 않는다고 보았다. 오늘날의 일반적 상식과는 다를지 모르지만, 이능화
는 조선후기 불교가 겉으로만 선종이지 실제로는 선교겸수를 통해 교학 전
통을 면면히 계승했고 그것이 당시까지 이어졌다고 본 것이다.
『조선불교통사』를 보면, 불교 쇠퇴기로 불린 조선시대의 서술 비중이 의
외로 적지 않다. 이는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지만 조선시대에 간행되어 전
해지는 불서의 수가 가장 많고 인물, 사건 등에 대한 정보가 많이 축적된
시기이기 때문이다. 이 책의 상편은 불교가 처음 전해진 4세기 후반부터
20세기 초까지 약 1600여 년의 불교사를 개설하였는데 이 중 조선시대가
40% 이상의 비중을 차지한다. 또 전체 등장인물 266명 가운데 조선시대
에 속한 인물이 93명으로 가장 많고, 불상과 탑 등의 유물도 213건 중 90
건에 이른다. 이는 200여 개의 주제를 다룬 하편에서도 마찬가지여서 조선
시대 관련 항목 및 분량이 전체의 약 40%를 점한다.
이능화는 조선시대가 한국불교의 정체성이 형성된 시기라는 점에서 큰
의미를 부여했다. 비록 조선시대 불교가 고려시대보다는 쇠퇴했지만 선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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