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58 - 고경 - 2021년 1월호 Vol. 9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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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그는 당시 서구의 진화론을 비판적으로 수용했다. 『파사신론破邪
           新論』, 『불교활론』, 『파유물론破唯物論』 등에 잘 나타나 있다. 기독교 비판의
           논리를 개발하기 위해 진화론을 활용했다. 이론적인 측면에서 신 창조설

           의 비합리성을 12가지를 들어 논파한다. 결국 기독교의 창조설은 이학(理

           學, 여기서는 자연과학)의 진화론과 양립하지 않는다고 주장한다.
             나아가 이노우에는 물심동일의 입장에서 진화론을 해석했는데 이를 지
           구와 우주 전체로 확대했다. 성운처럼 진화가 극점에 달하면 퇴화에 들어

           가고, 퇴화도 극점에 달하면 진화로 나아간다. 우주전체가 진화와 퇴화가

           무한히 반복되는 것을 대화大化 혹은 윤화輪化의 순환이라고 한다. 생과
           사, 진화와 퇴화, 그리고 그 처음과 끝을 개벽과 폐합이라 하고, 이러한 순
           환이 마침내 적연한 공경空境에 돌아가 합일하는 것을 우주진화론이라고

           한다. 다윈이 본 동식물의 경쟁, 변화, 유전과 관련한 진화만이 아니고 지

           구나 우주 전체가 대진화한다고 본 것이다.
             이러한 대화의 논리는 진충보국의 정신을 정당화하기도 했다. “태평으로
           써 상도常道라고 한다면 전쟁도 역시 상도이지 않으면 안 된다. 전쟁이 없으

           면 태평도 없고, 태평이 없다면 전쟁은 없다. 따라서 나에게 사회의 진보는

           태평 전란, 전란 태평이 전후 서로 교차하여 변천하는 것으로 사회상에서
           는 태평 전란이 있는 것처럼 천지에는 평온 변재가 있는 것이다.” 사회진화
           론적 전쟁론을 무한경쟁의 모든 사회현상으로까지 확대한다. 결국, 약육강

           식의 국제적 상황을 목격하면서 호국과 애리愛理는 불가분임을 강조한다.

             이노우에는 교육칙어에 기초한 국민도덕론을 주장하여 서양의 사상을
           견제했다. 또한 국민도덕의 한계를 넘어 세계도덕을 제창하여 국민도덕과
           세계도덕의 모순을 해소하려 하였다. 나아가 불교의 입장에서 기독교가 국

           체國體와 조화하지 못하고 애국의 정신이 결핍되어 있다는 이유로 국수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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