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63 - 고경 - 2021년 1월호 Vol. 9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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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태종의 십불이문十不二門
그런데 웅십력의 ‘불이不二’ 이론의 골격은 실제로 전통 불교에서 온 것이
다. 예컨대 천태종의 ‘십불이문(十不二門, 12개의 문)’은 지의가 시작해서 담연
이 완성하였다. 담연의 『법화현의석참』에서는 지의의 『묘법연화경현의』에 나
오는 ‘십묘十妙’를 해석하여 십묘의 법상을 색심色心, 내외內外, 수성修性, 인
과因果, 염정染淨, 의정依正, 자타自他, 삼업三業, 권실權實로 통섭하였다. 그리
고 매 하나의 문마다 모두 일념삼천, 삼제원융의 이치를 적용하여 ‘둘이 아
니며 서로 장애가 되지 않는다’[무이무애無二無碍]고 하였고, 그것들을 ‘십불이
문’이라고 불렀다.
이 중 색심불이色心不二는 우주 일체가 모두 범부의 일념 속에 통섭되므
로 심 외에 법이 없고, 하나의 티끌 속에 우주 일체가 모두 갖추어져 있으
므로 색법과 심법이 둘이 아니고 구분되지 않는다는 의미이다. 내외불이內
外不二 역시 지혜가 관조하는 대상은 내외의 구분이 있더라도 일념삼천, 삼
제원융의 이치에 의거하면 본질상 구별이 없다는 뜻이다. 수성불이修性不
二는 일념의 본성의 덕은 본래 일체를 모두 갖추고 있지만 지혜의 힘을 빌
어 후천적인 실천 수행으로 비로소 나타나므로, 본성과 수양의 관계는 둘
이 아니라는 의미이다. 이와 같은 천태종의 ‘불이’ 구조나 웅십력의 ‘불이’
구조 모두 『대승기신론』의 ‘일심개이문’의 형식에 근거하고 있다고 할 수 있
다. 요컨대 본체와 현상 두 세계가 분리되어 있지 않고 둘이 아니라는 형식
이기 때문이다.
웅십력의 ‘본심’과 ‘습심’, ‘성지’와 ‘양지’, ‘형이상학 진리’와 ‘과학 진리’의 이
분은 결국 내용적으로나 형식적으로나 모두 『대승기신론』의 ‘일심개이문’ 사
상의 활용인 것이다. 이러한 구분은 사실은 송명 유학에서 ‘덕성지지德性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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