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64 - 고경 - 2021년 1월호 Vol. 9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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知(덕성의 지혜)’와 ‘견문지지見聞之知(보고 들어서 아는 경험적 지식)’의 이분을 계승
한 것이다. 그러나 둘로 나누는 그 자체가 목적은 아니다. 이러한 특징에 따
르면 한 마음이 두 부분[이문二門]으로 나뉘더라도, 두 부분 중에는 주도자
가 있을 뿐 아니라 이 한 마음은 한 부분의 굴곡과 변화 과정을 거쳐 다른
부분으로 들어가게 되기 때문이다. 두 부분은 하나의 두 측면일 뿐이므로,
궁극적으로는 하나가 되는 논리 구조를 띠게 된다.
두 개의 지혜, 성지性智와 양지量智
일심에서 이문으로 나아가는 방식에는 크게 두 가지가 있다. 무루청정법
은 직접적 방식이고, 유루잡염법은 간접적 방식이다. 불교의 근본지根本智,
송명유학의 덕성지지, 웅십력의 성지는 직접적 방식이고, 불교의 후득지後
得知, 송명유학의 견문지지, 웅십력의 양지는 간접적 방식이다. 웅십력은 불
교의 근본지, 후득지 개념을 끌어들여 인간에게 이 두 종류의 지혜가 있다
고 보았다.
근본지는 진여에 연하는 것이고, 후득지는 사물에 연하는 것이다. 근본
지는 본체를 깨닫는 지혜이고, 근본지가 일어난 뒤에야 후득지가 일어나 일
체의 사물을 대상으로 삼아 사려하게 된다. 웅십력의 성지와 양지의 구분
은 바로 이러한 이론에서 왔다. 『대승기신론』에서 생멸문은 현상계이고 생
사유전하는 현상이다. 진여문은 청정법계이고 본체계이다. 두 문은 또한 두
가지 인식 경로를 가리킨다. 하나는 간접적 경로로, 우리의 진심이 본래 청
정하지만 현실계에서는 단지 한 순간 생각의 차이만 있어도 무명에 떨어지
고 오염된다. 이를 부정해야 비로소 도덕 본성에 오를 수 있다.
다른 하나는 직접적 경로로서, 반야般若의 지혜가 있으면 바로 본성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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