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66 - 고경 - 2021년 1월호 Vol. 9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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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대해 웅십력은 “성각을 위론이라고 구분한다면, 위론도 존중받을 만
           하다.”고 하며 『대승기신론』을 폄하하는 견해에 반대한다.
             웅십력 철학의 핵심은 도덕적 주체성의 확립을 위한 현실성의 긍정이다.

           그를 위해 웅십력은 초현실적인 성향의 유식 불교를 비판하고, 있는 현실을

           그대로 인정하는(‘묘유妙有’) 현실 긍정의 중국불교를 수용하였던 것이다. 이
           세상을 싫어하여 피안의 세계를 추구하는 것이 인도 불교의 해탈이었다면,
           이 세상에서의 번뇌가 그대로 해탈의 모습[‘번뇌즉보리煩惱卽菩提’]이라는 현실

           긍정의 종교가 『대승기신론』으로 대표되는 중국불교라고 할 수 있기 때문이

           다. 웅십력의 체용불이 철학이 『대승기신론』의 ‘일심개이문’ 사상을 수용하
           여 형성된 것도 이러한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
             웅십력은 ‘체용불이’ 사상을 통해 지금 여기에서 우리가 경험하는 현실

           세계가 본체 그 자체가 나타난 것이라고 봄으로써, 이 현실 세계를 무가치

           하거나 덜 중요한 것으로 보고 평가절하하는 모든 사고 방식을 부정한다.
           이 현실 세계 외에 피안의 또다른 세계는 없으며, 따라서 이 세계 속에서 이
           루어지는 모든 도덕적 행위는 최대의 가치를 획득하게 된다. 결국 체용불이

           사상은 현실 긍정의 표현이자 서양 제국주의에 대항하는 중국 전통철학의

           대응 양식이라고 할 수 있다. 서양의 물질 문명이 동양을 침범한다고 해도
           동양의 바탕은 성선론을 통한 현실 긍정에 있으며, 동양은 결국 도덕의 측
           면에서 서양보다 우월하다는 것이다. 현대 신유학의 이러한 의도가 유식 불

           교를 부정하고 중국 근대에서 『대승기신론』을 중시하던 학자들과 같은 방향

           에 서게 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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