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24 - 고경 - 2021년 2월호 Vol. 9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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石塔이 서 있다. 전체 모습을 보면 5개 층을 이루고 있는데, 세로로 긴 돌
을 연속으로 이어 사면으로 기단을 구성한 다음 1층과 2층의 탑신은 작은
돌을 벽돌 쌓는 방식으로 쌓아 올리고, 맨 위에는 연꽃을 새긴 보주를 얹
어 놓았다. 이런 형태의 석탑은 우리나라 석탑 가운데 같은 것을 찾기 어
려운 독특한 형태인데, 보물로 지정되어 있다(사진 2).
극락전 뒤에는 높이 1.3m의 석탑으로 석종石鐘의 모양을 한 ‘세존사리
탑世尊舍利塔’이 있다. 16세기 말 17세기 초에 조성된 것으로 추정되는데, 부
도浮屠의 양식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석종형 부도와 같은 모양을 하고 있다.
이 사리탑은 고졸하게 보이면서도 자세히 보면 매우 섬세하고 아름답다.
사각형의 기단 위에 탑신과 연꽃봉오리 형태의 보주寶珠를 조각하였는데,
상층 지대석의 네 귀퉁이에는 사자 머리를 새기고 그 중간에는 향로香爐를
새겼다. 탑신의 위와 아래는 모두 돌아가면서 연꽃잎을 연이어 새겼는데,
꽃잎들이 서로 겹쳐지게 한 것이 특이하다고 평가한다. 보주에는 다섯 개
의 원을 새기고 각 원안에 ‘世尊舍利塔’이라는 글자를 한 자씩 새겨놓았다
(사진 3). 불교가 힘들던 시절에 산 아래 폐사된 석종사 부근에서 도굴꾼들
에 의해 훼손된 채로 나뒹굴던 것을 인근 사람들이 도리사의 사리탑이라
고 옮겨 놓은 것이라고 한다.
세존사리탑에서 돌아서면 소박하고 고졸한 멋이 느껴지는 건물이 눈에
띄는데, 이는 옛날 도리사가 어려운 형편에 처했을 때 법당 이외에 도리사
를 대표한 ‘태조선원’이다. 정면 7칸, 측면 8칸 규모의 ‘ㄷ자’형으로 된 구조
인데, 말 그대로 선방으로 수행하는 납자들이 목숨을 걸고 치열하게 진리
를 추구하던 수행처이다. 이 태조선원의 건물에는 ‘도리사’라는 현판과 함
께 위창葦滄 오세창(吳世昌, 1864-1953)선생이 전서篆書로 멋있게 쓴 ‘태조선
원’이라는 현판이 함께 걸려 있는데, 어려운 시절 법당과 이 건물이 절과 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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