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25 - 고경 - 2021년 2월호 Vol. 9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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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을 겸했던 것을 말해주는
             것 같다.
               불교  사찰을  보면,  요즘

             세운 건물은 웅장하여도 크

             게  공감이  가지  않는  반면
             이렇게  소박하면서도  수수
             한 건축물에 더 정감이 가는

             것은 그곳에서 지낸 사람들

             때문이라 생각한다. 돈을 잔
             뜩 들인 휘황찬란한 건물들
             이 있어도 변변한 부도탑 하

             나 없는 곳은 그저 처량하게

             만 보이고, 아예 건물은 없
             어져도 이끼 낀 부도탑들이              사진 3. 세존사리탑.
             메운  폐사지에서  넉넉하고

             가슴 가득한 쾌활함을 느끼는 것과 같은 것이리라. 절 살림이 넉넉지 않던

             시절에 그래도 없는 살림에 좌선 수행하겠다고 온 납자들의 그 형형한 눈
             빛들이 오랜 세월이 지났어도 이 선원을 에워싸고 더욱 빛을 발하고 있는

             것 같다. 여기서 수행을 하고 한 시대를 들었다 놓았다 한 선지식 전강(田
             岡, 1898-1975) 대선사의 카랑카랑한 목소리가 여전히 어디선가 들려오는

             것 같고, 어느 때 한철 여기서 수행한 성철(性徹, 1912-1993) 스님이 곧 문을
             열고 나오는 것만 같다. 전강선사의 강설은 다행스럽게 현재도 녹음된 당
             시의 육성이 생생히 전해오는데, 도학자道學者들이 어떻게 수행하고 참선

             공부를 해야 하는지에 관해 새벽부터 말씀을 풀어놓으시는 스님의 목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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