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3 - 고경 - 2021년 2월호 Vol. 9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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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 그들을 지배해 온 전통이요, 사상이며, 생활입니다. 그런데 그것을 전
             적으로 부정한 것입니다. 일대 혁명이랄 수 있는 이 선언은 결국 믿음이라
             는 근본 문제를 재고해 보아야 한다는 주장과 같은 것입니다. 그때에 가톨

             릭이나 기독교의 대신학자들이 많이 참석하였지만 이런 주장에 대해 아무

             런 반박을 하지 못했습니다. 그와 동시에 신을 전제로 하지 않은 불교와
             같은 종교만이 존속할 것이라는 데에 대해서도 아무런 이의를 내놓지 못
             하였습니다.

               정작 불교인들은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있었는데, 과학자들이 이런 결론

             을 내렸다는 것은 반가운 일일는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러나 비록 불교가
             신을 전제로 한 종교와는 달리 이 우주과학 시대에 존속할 수 있다고는 하
             였지만, 그것은 불교의 이론 체계 역시 객관성을 가질 때에만 가능합니다.

             그렇지 않고 공리공론空理空論에 그치고 만다면 불교도 존속하기 위해서

             는 어려움을 겪을 것이 분명합니다.
               믿음에 대한 문제, 종교에 대한 문제에 관해서 현대의 과학자들이 그러
             한 태도를 보인 것은 그들이 종교의 본질을 이해하지 못한 까닭이라 하여

             그런 말에는 귀를 기울일 필요조차 없다고 일축해 버릴 수도 있습니다. 아

             직 과학이 규명하지 못한 신비의 세계가 많이 남아 있듯이 과학에도 한계
             가 있으니 말입니다. 그리고 사실 가장 차원 높은 세계를 추구하는 종교에
             대하여 과학자들이 성명서를 냈다고 해서 그들의 말을 따라간다는 것은

             어찌 보면 종교의 존엄성을 완전히 포기하는 행위일 수도 있습니다.

               그렇다면 천주교나 기독교의 종교인 및 신학자들은 과연 이 문제에 대
             하여 오늘날 어떻게 생각하며 대처하고 있는지 한번 알아보겠습니다.



             4. 천주교의 교리문답   천주교는 지금까지 사용해 오던 『교리문답敎理問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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