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4 - 고경 - 2021년 2월호 Vol. 9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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答』 이라는 책을 최근에 재편집하였습니다. 『교리문답』은 천주교의 모든 교
리의 기초가 되는 입문서로서, 처음에 천주교에 입문하는 사람은 반드시
배우고 익혀야 하는 책입니다. 이 한 권의 책을 완전히 익혀야만 신자의 자
격이 주어집니다. 이렇듯 중요한 책이 재편집되어 나왔는데, 그 첫머리가
이렇게 바뀌었습니다.
“오래고도 긴 세월이 흘렀다. 그 사이에 천지만물天地萬物이 생
겼고, 인류가 탄생하여 겨레와 나라를 이루었다.”
이 말은 우리의 상식으로는 너무도 당연하여 새삼스럽게 말할 필요도
없는 것에 지나지 않을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천주교인들에게는 청천벽력
과도 같은 말입니다. 왜냐하면 그들의 믿음의 근거가 되는 구약성경에 적
힌 바와 어긋나기 때문입니다. 구약성경의 첫머리에서는 다음과 같이 말하
고 있습니다.
“태초에 전지전능全知全能한 하나님이 계셨다. 하나님이 하늘이
있으라 하니 하늘이 있고 땅이 있으라 하니 땅이 있고 …… 사
람을 만드셨다.”
이와 같이 천지만물은 다 하나님이 만든 것으로 저절로 생겨난 것은 하
3) 교리문답敎理問答은 기독교 교리에 대한 요약 설명으로 이를 담고 있는 문서를 ‘교리문답서’ 또는 ‘교리
서’라고 한다. 교리문답을 뜻하는 낱말 ‘카테키즘catechism’이란 애초 ‘들려주다’ 혹은 ‘가르쳐주다’는 뜻
을 지닌 그리스어에서 유래했다. 즉 세례를 받고자 하는 사람들에게 중요한 교리를 설명해주는 것을
의미했다. 그러다 중세(11세기)에 들어 문답체로 된 책으로 출판되었는데, 이를 통해 각 교파의 특색을
엿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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