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5 - 고경 - 2021년 2월호 Vol. 9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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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없다는 주장이 구약성경의 출발점이요 근본을 이루는 사상입니다.
             그리고 그러한 구약성경을 기반으로 하여 예수교는 형성되었고, 지금까지
             그 맥을 이어 왔습니다. 그런데 오랜 세월 동안 기반이 되어 온 그 근본 사

             상을 어느 날 갑자기 저들 스스로 허물어뜨리고, 그 대신 진화론의 태도

             를 취한 것입니다. 이것은 천주교로서는 실로 큰 변화가 아닐 수 없습니다.
               그러면 그들은 어떤 까닭에서 갑자기 그들이 절대시하고 가장 신성시해
             온 성경과 상충되는 내용의 말로써 『교리문답』의 첫머리를 삼게 되었는지

             생각해 봅시다. 그것은 과학자들이 주장하는 바와 거의 같은 까닭에서 비

             롯되었습니다. 곧 과학이 발달하고 인간의 지혜가 향상됨에 따라 논리적
             으로 허술한 점이 많은 하나님의 우주 창조설이나 인간 창조설이 현대인에
             게는 설득력이 부족하기 때문입니다. 그것은 하나의 신화神話에 불과한 것

             이지 사실事實일 수가 없기 때문입니다. 사실이 아닌 허구를 갖고서, 더구

             나 우주과학 시대에 사는 사람들에게 무조건 믿으라고 하는 것은 종교적
             믿음이 될 턱이 없습니다. 그것은 다만 강요일 뿐입니다.
               그리하여 천주교인들은 이 신화를 완전히 포기하고 논리적인 사실에 입

             각한, 일대 전환을 선언한 것입니다. 원죄설原罪說이라든지 창조설創造說과

             같은 중요한 교리를 논리적인 근거 아래 재해석하여 『교리문답』을 재편성하
             기에 이른 것입니다. 1967년 3월2일자 조선일보는 ‘현대의 옷을 입는 천주
             교’라는 제목으로 이를 보도하였습니다. 이 문제는 한국의 천주교회에서만

             이 아니라 로마의 바티칸 교황청에서도 3년에 걸쳐 논쟁을 거듭하여 내린

             결론이라는 것입니다. 그들은 성서의 창조론에서부터 태도를 전환해야 현
             대인에게 믿음과 신뢰를 줄 수 있으며, 더불어 천주교도 영원한 종교적 값
             어치를 지닐 수 있다고 판단한 것입니다. 그러나 천주교만이 변화한 것은

             아닙니다. 현대에 와서는 오히려 천주교보다 보수적이라는 기독교에서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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