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46 - 고경 - 2021년 2월호 Vol. 9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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를 도표로 나타냈다. 여기서는 17세기 전반에 정립된 임제태고법통을 조선
          시대 법맥 계승의 기준으로 삼았다.
           『조선불교약사』 이후 20여 년 만에 거의 새로 쓰다시피 해서 내놓은 책이

          『조선불교사개설』(1939)이었다. 여기서 권상로는 한국불교사의 전개를 다음

          과 같이 시대별로 구분했다. 삼국 및 통일신라는 ‘불교향상시대’, 고려는 ‘불
          교평행시대’, 조선은 ‘불교쇠퇴시대’, 근대는 ‘갱생과도시대’로 특징지은 것이
          다. 먼저 고대는 불교 종파와 대표 학승을 중심으로 정리했는데, 고구려 출

          신 보덕의 열반종, 신라 자장의 율종, 원효의 종합불교와 의상의 화엄종,

          유식 종파인 유가종과 진표의 점찰법, 중관 계통의 법성종, 밀교 계통인 명
          랑의 신인종 등을 다루었다. 이어 통일신라 후반에 선종이 유입되어 구산
          선문이 성립했다고 보았다.

           다음 고려시대에는 불교가 매우 융성했지만, 그 이면에는 불교계의 타락

          과 위축이 이어지면서 점차 쇠퇴의 길을 걸었다고 평가했다. 불교정책과 신
          앙, 대장경과 불교문화, 선종과 교종, 말기의 배불론 등이 집중 조명되었다.
          이어 조선시대는 ‘압박 절정-중간 명멸-유지 잔천’으로 시기를 세분했다.

          그는 역사상 유례없는 정책적 억압이 단행된 결과 교단은 겨우 명맥만 유

          지했고, 후기에는 불교가 국가와 민중 사이에서 정당한 관계를 맺지 못하
          고 배척이 절정에 이르렀다고 보았다. 하지만 이러한 현실적 어려움 속에서
          도 참선, 강경, 염불 등을 통해 불교 전통이 단절 없이 이어진 사실만큼은

          부정하지 않았다. 끝으로 근대의 종교정책과 제도 변화, 종단 설립과 불교

          계의 동향 등도 소개했다.
           권상로는 학문의 외길만 걸은 것은 아니었고, 일찍이 1910년대 초부터
          한국불교의 혁신을 위한 제언도 마다하지 않았다. 『조선불교월보』에 연재한

          「조선불교개혁론-조선불교진화자료」(1912-1913)에서는 한국불교의 의타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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