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21 - 고경 - 2021년 2월호 Vol. 9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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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 무조건 신을 믿는 것이다. 믿기만 하면 된다’는 것이었습니다. 결국 그
들은 불합리하기 때문에 믿는다고 말합니다.
어찌되었든 그때에 타임지가 낸 그 특집기사의 지배적인 주장은 “하나님
은 없다”는 내용이어서 세계적으로 큰 충격을 주었습니다. 우리나라 각 신
문에도 그 내용이 소개되었고, 기독교 내에서도 ‘기독교 무신론’이라는 부
제를 붙여서 발표하기도 하였습니다.
현실을 떠난 절대 세계나 현실을 떠난 초월신은 실질적으로 존재할 수
없습니다. 그래서 상대를 떠난 절대 세계라든지 현실을 떠난 초월신을 주
장하던 종교 사상은 점차로 그러한 논리를 버리고 교리를 다른 방향에서
새롭게 재창조하고 있습니다.
5)
시대를 좀더 거슬러 올라가면 대철학자인 니체 가 “신은 죽었다”고 말하
여 파문을 일으킨 적도 있습니다. 그때만 해도 기독교 사회에서는 수천 년
동안 내려온 신에 대한 믿음을 간직하고 있던 터라, 신이 완전히 죽어서 없
어졌다는 그의 선언은 퍽 충격적이었습니다. 그러나 생각해 보면, 본디부
터 없던 신을 있는 것으로 잘못 믿어 오다가 뒤늦게 없다는 사실을 알아낸
것뿐인데, 마치 신을 죽이고 살리고 하는 듯한 그런 말은 사실 우스운 이
야기입니다. ‘죽었다’는 말은 그전에는 살아 있었음을 전제하기 때문입니다.
비록 뒤늦게나마 신이 존재하지 않음을 알았다면 그전까지의 잘못된 믿음
을 버리기만 하면 될 터인데 말입니다.
과학이 발달하고 사람의 지혜가 발달하면서 신이 인간을 창조한 것이
5) 프리드리히 빌헬름 니체(Friedrich Wilhelm Nietzsche, 1844~1900)는 독일의 문헌학자이자 철학자이다. 오랜
전통을 깨고 새로운 가치를 세우고자 했기 때문에 ‘망치를 든 철학자’로 불리기도 했다. 기독교에서 말
하는 이승 저편에 있는 하늘나라와 같은 관념론적 형이상학에 반대하며 ‘대지에서의 삶을 사랑할 것’
을 주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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