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23 - 고경 - 2021년 2월호 Vol. 9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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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대신을 부정하였듯이, 불교도 마땅히 팔만대장경을 버리고 다시 새로운 터
를 닦아 그 위에 집을 지어야 할 것입니다. 불교라고 예외일 수가 없기 때문
입니다. 따지고 보면 불교의 경전에도 거짓은 있긴 하지만, 그것은 방편方便이
라 하여 무지한 중생을 올바른 곳으로 인도하기 위한 수단에 불과합니다.
그런 방편으로 ‘극락’이라는 것이 있습니다. 서쪽으로 서쪽으로 자꾸 가
면 그곳에 극락세계가 있는데, 그곳을 서방정토西方淨土라고 부른다고 했습
니다. 그렇다면 저 하늘 위에 있다는 천당은 거짓말이고 서쪽으로 가면 있
다는 극락세계는 진짜인가 하는 의심이 생길 수도 있습니다. 그러므로 우
선 극락세계가 어떤 곳인지 살펴보아야 할 것입니다. 망원경을 이용하여
찾아보든지 어떻게 하든지 먼저 살펴보고 나서 옳지 않으면 믿지 않아야
할 터이고, 만일에 옳다면 누구든지 그곳으로 가서 영원한 행복을 찾도록
노력해야 할 것입니다.
극락세계를 자세하게 설명한 불교 경전으로 정토삼부경淨土三部經 중에
『무량수경無量壽經』과 『관무량수경觀無量壽經』이 있으며 또 『무량수의궤경無
量壽儀軌經』이라는 것이 있습니다. 『무량수경』에서는 저 서방세계를 지나 끝
없이 가면 극락세계가 있는데 그곳에 가면 영원하고 절대적인 행복을 누린
다고 했습니다. 이 삼계화백三界火宅, 사생고해四生苦海의 사바세계에 집착
하지 않고 부지런히 염불을 하면 극락세계로 갈 수 있다는 것입니다. 이 경
에서 묘사하고 있는 극락세계의 장엄은 참으로 대단하여 천당과는 비교도
안 됩니다. 그런 극락세계에 누구든지 “나무아미타불”만 지극하게 부르면
갈 수 있다고 합니다. 다만 여기에 한 가지 조건이 붙습니다. 5역죄五逆罪를
지은 사람, 곧 부모를 죽이거나 대성인을 죽인 사람 또는 교단 화합을 파
괴하거나 바른 불법을 비방한 사람 등은 아무리 아미타불을 불러도 극락
세계에 갈 수 없다고 합니다. 그런데 『관무량수경』에서는 그와 달리 극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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