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22 - 고경 - 2021년 2월호 Vol. 9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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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라 인간이 신을 창조하였으며 신은 없다는 사실을 알게 되자, 새삼 “신
은 죽었다”는 선언까지 나오게 된 것입니다. 사람의 지혜가 그러한 사실을
꿰뚫어볼 만큼 발달하기 전에는, 인간의 관념이 만들어낸 가상假想의 존재
에 지나지 않는 신 앞에 무릎을 꿇고 절을 해온 것입니다. 어떤 사람은 인
간이 신을 창조한 것이기 때문에 사람이 신을 그릴 때 사람 모양을 그린다
고 합니다. 만약 개나 소에게 신을 그리라고 하면 개나 소 모양으로 그릴
것이라고 합니다. 그 말은 상당히 그럴 듯한 이야깁니다. 결국 신은 없는
것인데 사람들이 쓸데없는 환상을 일으켜서 관념 속에서 신을 만들어 놓
고 이런저런 식으로 해석해서 혼란을 일으켰던 것입니다. 이제 처음부터
없는 것인 줄을 알게 되었다면 그것을 포기해야 할 것입니다. 거짓인 줄 알
면서 거짓을 고집한다면 그것은 실지로 파멸과 자살로 이끄는 행동일 따
름입니다. 그러므로 어떤 종교든지 신을 전제로 하는 종교는 그 사상을 포
기하고 다시 전환하여 새로운 활로를 개척해야 할 것입니다.
6. 극락설 그렇다면 불교도 역시 종교인데, 영원한 행복에 대해서 어떻
게 이야기하는지 알아볼 필요가 있습니다. 또한 불교에서 말하는 영원한
행복을 얻는 방법에는 불합리한 점이 없는지, 그래서 요즘의 현실에 비추
어 볼 때 납득이 안 되는 믿음을 강요하는 점은 없는지 살펴보아야 할 것
입니다. 그에 대해 결론부터 말하자면, 아무리 우주과학 시대라고 하더라
도, 또 앞으로 아무리 많은 세월이 지나가더라도 불교 자체는 현실적으로
아무런 구애받음이 없다는 것입니다. 이렇게 말하면 어떤 사람은 다른 종
교는 그릇되었다 말하면서 자신의 종교인 불교만 옳다 한다고 반발할지도
모르겠습니다.
지금까지 불교가 펼쳐 온 사상이 허위에 차고 거짓투성이라면, 기독교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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