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24 - 고경 - 2021년 2월호 Vol. 9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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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를 아홉 등급[九品]으로 나누고서 5역죄를 지은 사람이나 정법을 비방
한 사람이라도 극락세계에 갈 수는 있는데 그런 사람은 가장 낮은 등급인
하품하생下品下生에 간다고 말합니다. 또 『무량수의궤경』에서는 5역죄뿐만
아니라 그보다 더 중한 죄를 지었다 해도 아미타불을 열심히 부르면 상품
상생上品上生의 가장 좋은 극락세계에 갈 수 있다고 합니다.
이것을 보면 서방정토西方淨土라고 하는 극락세계에 가는 자격에 대해서
제각기 말이 조금씩 다른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무량수경』에서는 5역죄를
지은 사람은 극락세계에 못 간다고 해 놓았는데, 『관무량수경』에서는 하품
하생에는 갈 수 있다고 하다 『무량수의궤경』에서는 상품상생에까지도 갈
수 있다고 해 놓았으니, 어느 것이 진실인지 분별할 수가 없습니다.
그런데 『관무량수경』의 끝부분을 보면 “서쪽으로 가면 극락세계가 있는
데 거기에 있는 부처님은 법계장신法界藏身이다.”라고 되어 있습니다. 여기
서 말하는 법계法界란 시방十方의 법계이니, 곧 부처님 몸이 시방 법계에 가
득 차서 그 어느 곳이나 부처님이 안 계신 곳이 없다는 뜻입니다. 이 말씀
은 극락세계가 서방西方에만 있는 것이 아니고, 동방東方에도 있고, 북방北
方에도 있고, 남방南方에도 있고, 땅 밑이나 하늘 위나 없는 곳이 없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습니다. 온 시방세계十方世界가 부처님으로 가득 차 있
고 부처님이 안 계신 곳이 없다는 것입니다.
이것을 불교에서는 ‘마음이 곧 부처이며, 마음이 부처가 되는 것[是心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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佛, 是心作佛] ’이라고 합니다. 다시 말하면 다른 것이 아미타불이 아니라, 일
체 중생이 모두 다 가지고 있는 마음 그것이 바로 아미타불이라는 것입니
다. 또 마음이 부처님인 것이지 마음을 내놓고 달리 부처를 구하려는 것은
6) 『불설관무량수불경佛說觀無量壽佛經』(T12, p.343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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