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27 - 고경 - 2021년 2월호 Vol. 9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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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을 상대하였기 때문에 방편설을 쓰셨지만, 나는 지혜가 발달된 사
람들만 상대하기 때문에 방편을 쓰지 않는다.”고도 하였습니다. 결국 육조
스님의 뜻은 서방 극락세계는 실재하지 않고, 오직 내 마음이 부처라는 것
입니다. 다시 말해서 마음 그대로가 극락세계이며, 자성自性 그대로가 아미
타불이라는 것입니다. 극락세계도 내 마음속에 있고 아미타불도 내 마음
속에 있으니, 서방이든 동방이든 보지 말고 어떻게 해서든지 마음속에 있
는 극락세계를, 마음속에 있는 아미타불을 찾으라는 것입니다.
앞에서 우리가 종교를 믿는 것은 영원한 행복을 추구하기 때문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런데 현실에서는 그 행복을 달성할 수가 없기 때문에 종교
는 극락이니 천당이니 하는 방편을 설정해 놓고 거기에 가면 행복을 찾을
수 있다고 말해 왔습니다. 그러나 이제는 더 이상 방편을 쓸 필요가 없게
되었습니다. 위로 올라가는 천당은 거짓말이고 옆으로 가는 극락은 참말
이라고 한다면 세상 사람들이 무어라고 하겠습니까? 요즈음에는 아이들
도 극락이니 천당이니 하면 믿지를 않습니다. 그래서 어떤 종교는 교리를
바꾼다느니 새 시대에 맞게 그 뜻을 재해석한다 하지만, 불교는 그럴 필요
가 없습니다. 다만 그동안 어리석은 사람들을 위해 써 왔던 방편가설을 버
리기만 하면 됩니다. 방편가설을 버리면 남는 것은 앞에서 이야기한 일승一
乘인데 그곳으로 바로 들어가면 됩니다. 다시 말하면 현실 이대로가 절대
이고 극락세계이고 천당이며, 중생 모두가 하나님 아님이 없고 부처님 아
닌 사람이 없음을 바로 이해하기만 하면 됩니다.
곧 불교의 기본 태도는 일승법인데, 현실 이대로가 절대라는 사실이 객
관적으로 증명이 되면 우리는 불교를 더 잘 이해할 수 있고 바로 부처님 법
위에서 영원한 행복을 누릴 수 있습니다. 앞으로 여기에 대해 좀 더 자세
히 이야기하고자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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