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33 - 고경 - 2021년 2월호 Vol. 9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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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정에 있어 매우 무서운 병이자 장
애이다.
【강설】 대혜 스님은 스무 살 남짓에 스스로 대오했다 장담하고는 천하의 선
지식을 두루 참례하였다. 당시 대혜 스님이 얼마나 영리하고 이해가 빨랐
던지 도무지 말로는 당할 수가 없고 입을 막을 재간이 없었다. 그래서 다
들 칭찬만 하고 그 잘못됨을 지적하는 이가 한 사람도 없었다. 그런 영특
함에 자신만만함까지 더하다가 드디어 담당 스님을 뵙게 되었다. 담당준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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堂準 선사는 황룡파 스님으로 혜남 선사의 법을 이은 진정극문 선사 의 제
자다. 당시 천하를 호령하던 선지식이 많았지만 그중 담당준 선사, 영원유
청靈源惟淸 선사, 그리고 오조법연 선사 의 세 제자이자 3불로 불렸던 불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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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원佛眼淸遠, 불감혜근佛鑑慧懃, 불과극근佛果克勤 등 다섯 선지식이 최
고의 안목으로 추앙받고 있었다. 그래서 대혜 스님이 담당 스님을 찾아간
것이다. 담당 스님이 보니 대혜의 지혜가 여느 사람보다 뛰어나 작은 지견
과 성취로도 남과 겨누면 결코 지지 않는 인물이었다. 그러나 그것은 6식
의 망상경계에서 하는 말이지 참으로 깨닫고 하는 말은 아니었다.
이에 담당 스님이 “그대는 법을 묻고 설명함에 있어 부족함이 하나도 없
구나.”하고 일단 대혜를 칭찬한 뒤 덧붙이신 말씀이 바로 이곳에 인용된
내용이다. 겉으론 천하의 누구와 겨뤄도 지지 않을 지혜와 재주를 겸비했
다지만 실제 자신의 공부를 돌이켜 볼 때 잠이 들면 그 소소영령함은 흔
적도 없이 사라지는 대혜였다. 담당 스님이 대혜의 그런 실제 경계를 지적
한 것이다. 공부는 생사해탈이 근본 목적인데 잠만 들어도 캄캄하고 자유
롭지 못하다면 죽음의 경계야 말해 무엇 하겠는가? 몽중에 일여가 되어야
병중病中에도 일여一如하고 숙면에 일여가 되어야 생사에도 일여할 수 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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