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03 - 고경 - 2021년 3월호  Vol. 9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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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기 위한 다완이었다. 리큐가 디
             자인하고 조선에서 건너갔다고 전
             해지는  기와장  초지로長次郎에게
             만들게 하였다. 그 외에도 꽃을 담
             는 화병을 종래 사용하던 도자기
             에서 대나무나 박 또는 바구니를                   사진 4. 조선 다완 미시마三島 16세기.
             사용하였다. 이와 같이 리큐의 다
             도구의 변혁은 수행의 초점이 특
             별함을  요구하는  장식성에서  평
             범한  일상성으로  옮겨감에  따른
             것이었다. 이러한 변화는 행다법
             에서도 나타났는데 한 가지 일화
             를 소개한다.
                자연스러운 행다                            사진 5. 라쿠다완楽茶碗 대흑大黒.
               리큐의 일곱 제자 가운데 후루타 오리베古田織部(1543-1615)라는 다이묘
             제자가 있었다. 어느 날 오리베와 리큐의 행다를 차례로 볼 수 있는 찻자
             리가 있었다. 먼저 오리베가 차를 내었다. 그의 행다는 눈에 띄게 개성적이
             고 인상적이었다. 이를 본 사람들은 입을 모아 훌륭하다고 칭찬하였다. 이
             와는 달리 리큐의 행다는 물 흐르듯 하여 언제 시작하여 언제 끝났는지 모
             를 정도로 자연스러웠다고 한다. 사람들의 시선을 사로잡기보다는 자연스
             러운 행다를 지향하였음을 알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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