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04 - 고경 - 2021년 3월호  Vol. 9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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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청결이 제일
           한편 자연스러움 만큼 리큐가 중요시 했던 수행은 청정함을 요구하는 청
          결이었다. 수행자는 마음의 청정함을 가장 우선시하지만, 다도에서 그것이
          청결로 나타나야 한다고 강조하였다. 이에 관련한 유명한 일화가 있다. 어
          느 시골의 다인이 리큐에게 ‘아무거라도 좋으니 다도구를 하나 사서 보내
          달라’고 거금과 함께 편지를 보내왔다. 리큐는 흰 행주를 넉넉하게 사서 잔
          금과 함께 보내주었다. 리큐가 보내온 다도구는 오로지 흰 행주뿐임을 알
          게 된 시골 다인은 매우 당황스러웠다. 동봉된 리큐의 편지에 ‘다도는 청결
          한 흰 행주만 있으면 충분합니다’라고 씌여 있었기 때문이다.
            사세辞世의 시
           역사적 다인으로서의 리큐는 역시 히데요시를 떠나서 생각하기는 어려
          운 측면이 있겠다. 리큐는 히데요시에게서 자결의 명을 받는다. 그 이유에
          대해서는 조선출병 반대설, 염가 다도구의 고액거래, 리큐의 딸을 첩으로
          달라는 히데요시의 요구 거절설, 다도관의 차이 등 여러가지가 있다. 이 가
          운데 대덕사의 산문인 금모각金毛閣 이층에 세워진 리큐의 목상 아래로 히
          데요시를 지나가게 했다는 불경죄가 가장 직접적인 원인으로 알려져 있으
          나 이 또한 분명치는 않다.
           여기서 주목할 점은 리큐가 세상을 하직하기 전 남긴 한시와 와카로 된
          사세辞世의 시가詩歌이다. 이 시가에는 리큐의 선다의 경지를 극적으로 보
          여주고 있어 마무리로 소개하고자 한다(사진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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