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07 - 고경 - 2021년 3월호 Vol. 9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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곧 무수한 생각들의 경쟁을 의미하며, 수많은 주의주장이 충돌하며 갈등을
초래하기 때문이다. 나아가 때로는 용납하기 힘든 반사회적 견해들까지 다양
성을 명분으로 제시되기도 한다.
이런 세태 속에서 타인과 충돌하지 않고 살아가려면 일수사견一水四見의 태
도가 요구된다. 일수사견이란 『능가경』에 나오는 말로 갠지스 강을 두고 사람
은 물로 보지만, 물고기는 집으로 보고, 아귀는 피고름으로 보고, 신들은 보
배 궁전으로 본다는 것이다. 이는 견해의 다양성을 용인하는 것으로 가치다
신교 시대에 부합하는 마음가짐일 수도 있다. 이런 태도를 가지면 생각의 차
이를 옳고 그름의 문제가 아니라 다양성으로 받아들일 수 있고, 견해가 다른
사람들과 시비를 다투지 않고 살아가는데 도움이 된다.
물론 이런 태도에도 긍정적 측면만 있는 것은 아니다. 양떼들 속에 이리들
이 숨어 있듯이 다양성으로 포장된 견해들 중에는 자신과 사회에 해악을 끼치
는 것들도 많다. 따라서 다양성이라는 명분으로 모든 주의 주장을 다 수용할
수는 없다. 불교는 상대적 진리관을 취하고 있지만 다른 한 편으로 보면 불교
는 정견을 강조하는 종교라고 할 수 있다. 부처님은 진리에 입각해서 세상을 관
조하는 정견正見을 강조하셨고, 팔정도의 제일항목으로 정견을 제시했다.
따라서 불교적 관점에서 보면 견해의 다양성 못지않게 중요한 것은 옳고 그
름이다. 그래서 부처님은 외도外道들의 사상을 62견見으로 분류하고, 그것이
갖는 문제점을 낱낱이 지적하고 있다. 62견은 견해의 다양성에 대한 나열이 아
니라 그릇된 견해를 비판하고 바른 견해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내용인 것이다.
악견의 본성과 작용
올바르지 못한 견해를 유식唯識에서는 악견惡見이라고 한다. 악견은 번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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