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99 - 고경 - 2021년 3월호 Vol. 9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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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암待庵, 초암다실의 극치
다실은 선다도의 입장에서 보면 수행자의 참선방과 같은 도장이며 다도
의 경지를 보여주는 공간이 된다. 이러한 다실의 변천을 살펴보면 처음에
는 중국의 명물을 장식하여 감상하는 공간이었다. 이를 서원書院이라고 하
였다. 한꺼번에 여러 점의 명물을 장식할 수 있을 만큼 넓고 누가 보더라
도 근사하고 훌륭한 공간이다. 다음은 슈코가 선다도를 시작하면서 방장
에서 유래한 4첩반(이하 다다미 한 장을 첩畳으로 표기) 다실이 생겨났다. 그 후
중국 명물을 갖지 못한 다인들이 차를 할 수 있는 4첩 이하의 고마小間가
생겼다. 3첩 다실이라면 주인이 차를 낼 때 사용하는 한 첩과 손님을 모시
는 객석 한 첩, 그리고 주객이 함께 공유하는 한 첩으로 이루어진다. 흔히
초암 다실이라고 할 때는 4첩반 이하를 의미한다. 이처럼 다실은 다인의
다도 세계를 보여주는 중요한 공간으로 인식된다.
바로 이점에서 리큐는 초암 다실의 극치를 보여주는 2첩다실, 대암待
庵을 만들어 냈다(사진 1). 대암은 오로지
행다석 한 첩과 객석 한 첩만으로 이루어
진다. 주인과 손님 사이에 두었던 한 첩마
저도 과감히 없앴기 때문이다. 주객은 더
없이 가까운 곳에서 서로의 숨결까지 공
유하게 되는 것이다. 대신 객석 위 천정을
높여 주객의 구분을 두되 동시에 주객의
구분이 없는 경지에 이른 극치의 공간을
이루었다. 도코노마는 아무런 장식성이
없는 자연의 흙으로 벽 전체를 감쌌다. 그 사진 1. 대암待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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