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36 - 고경 - 2021년 3월호 Vol. 9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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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상의 법계도의 ‘법성게法性偈’는 외우면 리듬이 있어 어렵지 않게 외울
          수도 있다. 그러나 그 내용은 상당히 어려운 것이고 이를 완전히 터득하기
          란 많은 공부가 요구된다. 210자 30구로 된 법성게를 한번 본다. 이 시대의

          선지식 무비無比 대화상이 설잠雪岑 김시습(金時習, 1435-1493)의 주해註解에

          따라 번역한 내용을 기준으로 한번 본다. 법계도를 한 바퀴 돌아도 ‘법法’과
          ‘불佛’은 일체가 되어 중도상中道相 본처本處에 그대로 있지만 돌아본다.



              法性圓融無二相   법과 성은 원융하여 두 가지 모습이 아니니,

              諸法不動本來寂   모든 법은 움직이지 아니하여 본래부터 고요하도다.
              無名無相絶一切   이름도 없고 모양도 없어 일체를 떠난 것이니,
              證智所知非餘境  깨달은 자의 지혜라야 알 것이요, 다른 경계가 아니로다.

              眞性甚深極微妙   참다운 성품은 깊고 깊어서 지극히 미묘하니,

              不守自性隨緣成   자성을 부지함이 없이 인연을 따라 이루도다.
              一中一切多中一  하나 가운데 모든 것이 있고, 모든 것 속에 하나가 있으며,
              一卽一切多卽一   하나가 곧 모든 것이고, 모든 것이 곧 하나로다.

              一微塵中含十方  한 티끌 속에 시방세계가 들어있으며,

              一切塵中亦如是   일체 티끌 속에도 이와 같은 것이로다.
              無量遠劫卽一念  끝없는 멀고 먼 시간도 곧 한 순간이요,
              一念卽時無量劫   한 순간이 바로 끝이 없는 시간이도다.

              九世十世互相卽   구세와 십세가 서로서로 따르지만,

              仍不雜亂隔別成   그래도 뒤섞이지 않고 각기 제 모습 이루도다.
              初發心時便正覺  처음 발심한 때가 바로 정각이고,
              生死涅槃常共和   생사와 열반은 항상 함께 하는 것이로다.

              理事冥然無分別  이와 사는 따로 드러나지 않아 분별됨이 없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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