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40 - 고경 - 2021년 3월호 Vol. 9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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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9. 안양루에서 본 강산.


























          그 뛰어난 재주를 뒤로 하고 이 세상의 모순에 몸서리치며 방랑하다가 전

          남 동복同福에서 객사한 비운의 인물이다.



              平生未暇踏名區   평생 바쁘다며 이런 좋은 데를 못 왔는데,
              白首今登安養樓  흰머리 날리며 오늘에야 안양루에 올랐다.

              江山似畵東南列  강산은 그림같이 동남으로 펼쳐 있고,

              天地如萍日夜浮  천지는 부평초 같이 밤낮없이 떠돈다.
              風塵萬事忽忽馬  세상 온갖 일로 말 달리듯 허덕이지만,
              宇宙一身泛泛鳧  우주 속의 이 한 몸은 오리처럼 헤엄친다.

              百年幾得看勝景  백 년 산들 이런 절경 몇 번이나 볼 수 있을까,

              歲月無情老丈夫   세월은 무정하구나, 나는 벌써 늙어버렸네.

           봉황산을 등지고 안양루에 올라서면 시인이 아니더라도 누구나 이런 시

          정에 빠지리라. 더구나 진애의 속세에서 한 세월을 살고 이제 머리가 희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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