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4 - 고경 - 2021년 3월호 Vol. 9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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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단白雲守端 선사의 제자이다. 그러나 황룡파 회당 스님은 누구든지 참답
게 공부하려면 법연을 찾아가라고 천거했고, 양기파 오조 스님 역시 당대
제일가는 인천의 안목으로 진정과 회당 스님을 손꼽았다. 이처럼 바로 깨
친 자라야 바로 깨친 이를 알아보는 법이며 여기에 집안의 멀고 가까움을
따지는 인정은 끼어들 틈이 없다.
진정극문 선사의 회하에 있던 어느 수좌가 오조법연 선사에게 찾아오자
법연 스님이 진정 스님의 법문을 물었다. 이에 “쉬고 또 쉬며 한 생각이 만
년이며 앞뒤 경계가 끊어진다.”는 진정 스님의 법문을 전하였다. 듣고 보니,
아무리 크게 깨치고 능숙한 법문으로 대선지식이라 불린다 해도 오매일여
의 대무심지를 거치지 않았다면 견성이 아니라는 당신의 깨달음과 꼭 일
치하였다. 거짓 선지식이 판치는 세상에 이런 바른 선지식이 있다는 사실
이 너무 반가워 제자 원오를 급히 불렀고, 발을 씻고 있던 원오는 물기도
채 가시지 못한 채 달려왔다. 이에 오조 스님이 진정 스님의 말씀을 거론
하며 오매일여의 경계를 넘어서지 못하면 진정한 깨달음이 아님을 위와 같
이 밝혔던 것이다.
이와 같이 선가에 5가7종의 분분함이 있었지만 오매일여의 대무심지를
거쳐 대각을 성취함에 있어서는 어느 집안을 막론하고 동일하였다. 또한
이런 대무심지에도 머물러선 안 된다고 하셨다. 만일 승묘한 경계인 대무
심지를 구경이라 여겨 주저앉아버린다면 그를 죽은 사람이라 한다. 반드시
그곳에서 다시 살아나야만 진여를 체득한 대자유인, 참 사람, 산 사람이
라 할 수 있으니 이를 사중득활死中得活이라 한다. 오매일여가 되기도 어려
우니 그리 된 자가 있다면 참으로 장한 일이다. 그렇긴 하나 그런 자가 찾
아온다면 우리 종문에선 곧바로 호통을 쳐 쫓아버리니 장하긴 하나 그 승
묘경계가 도리어 병이 되기 때문이다. 또한 완전히 깨친 구경각의 입장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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