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8 - 고경 - 2021년 3월호 Vol. 9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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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하되 “가석可惜하다. 사료死了하고 태에 머물러 있었다. 원오 스님이 “아
갱활更活치 못하는 도다. 언구言句를 깝다! 죽었으나 살아나지 못했구나.
의심하지 않는 것이 대병이니 사절 언구를 의심하지 않는 것이 큰 병이
후死絶後에 갱소更甦하여야 군君을 다. 죽은 뒤 다시 살아나야만 그대
기만치 못한다.”고 하였다. 매일 입 를 속일 수 없다.”고 말씀하셨다. (원
실入室함에 다만 유구무구有句無句는 오 스님의) 방에 들어갈 때마다 다만
등藤 넝쿨이 수목樹木을 의지倚止함 “있다는 구절과 없다는 구절이 마
과 같다 함을 거량擧揚하고서, 내가 치 등나무 넝쿨이 나무에 의지하고
대답하려고 개구開口만 하면 문득 있는 것과 같다.”고 원오 스님이 제
“불시不是”라 하였다. 내가 비유를 기했는데, 내가 입을 열어 대답하
설하되 “저개這箇의 도리는 흡사히 려 하면 곧바로 “아니다!”고 말씀하
구자狗子가 열유당熱油鐺을 봄과 같 셨다. 내가 비유해 “이 이치는 흡사
아 핥으려고 하나 핥을 수 없고, 버리 개가 뜨거운 기름 솥을 본 것과 같
려고 하나 버릴 수도 없습니다.”고 아 혀로 핥으려하나 핥지 못하고,
하였다. 일일一日에 노사老師가 수도 버리려 해도 버리지 못하는 것과
등고樹倒藤枯한 때에 상수래야相隨來 같다.”고 말했다. 어느 날 원오 스님
也라고 거량擧揚하니 노한老漢이 문 이 “나무가 넘어지고 넝쿨은 메말
득 확철廓徹 하여 이회理會하였다. 그 라 서로 뒤따른다.”고 거양하시기에
리하여 저가 이회理會하였다고 하 내가 즉시 알아차리고 “제가 알겠
니, 노사老師가 말하기를 “다만 네가 습니다.”고 말했다. 원오 스님이 “다
공안을 투과透過못할까 두려워한 만 네가 (공안을) 철저하게 꿰뚫지
다.”고 하며, 드디어 일락삭一絡索의 못했을까 두렵다.”며 연이어 몇몇
난해한 효와공안誵訛公案을 연거連 난해한 공안들로 문제를 내셨다.
擧하였다. 내가 삼전양전三轉兩轉하 내가 두 번 세 번 (공안을) 끊어 버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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